정부와 여당이 주장해 온 공무원 연금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하지만 야당이 조속한 처리가 쉽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여당에서도 공직 사회의 저항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 연내 처리는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회동해 여야 각 당에 공무원 연금 개혁 태스크포스(TF)를 설치, 필요하면 연석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동안 여권이 일방적으로 주장해 온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에 야당이 일단 가하면서 사실상 여야가 협상의 첫걸음을 뗀 셈이다.
지난 19일 김무성 대표·이완구 원내대표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홍원 총리가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동을 해 연금개혁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고 당이 연내 처리에 난색을 표했다고 알려지면서 ‘연내 처리론’이 부각됐다.
청와대는 이날 비공식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올해 내에 입법해야 한다는 주문을 새누리당에 전달했다고 밝혔고, 이에 새누리당 지도부도 연말을 처리 목표 시한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당·청이 오랫동안 지지부진했던 공무원 연금 개혁 논의에 강력한 추동력을 가하고 야당도 힘을 보태기로 함에 따라 공무원 연금 개혁이 연내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먼 상황이다. 당장 처리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못박았지만 새정치연합은 연내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주례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각 당이 TF를 구성해 당내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 협의를 진행한다는 것에 의견 일치를 봤다”며 연내 처리 입장을 재확인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이후 처리돼야 하기 때문에 연내 처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실 여건도 녹록지 않다. 아직 정부안이 최종 마련되지도 않은데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구조개혁에 공무원 노조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저항이 거센 상황이다. 공무원 연금 개혁이 100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적으로 돌릴 수 있는 민감한 이슈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는 개혁에 공감하면서도 공직 사회의 강력한 저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안이 이달말 제출된다 해도 세월호 국면으로 정기국회 일정이 늦어져 내년도 예산안 심사조차 기일을 지키기 빠듯한 만큼 연내 연금개혁 문제까지 다루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