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모뉴엘 어쩌나… 원덕연 창업자도 퇴사

입력 2014-10-22 11:03 수정 2014-10-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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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석 대표와 7월 조직개편서 마찰, 9월 회사 떠나… 연락 끊은 채 두문분출

▲모뉴엘이 2012년 10월 일본 온쿄(Onkyo)사와 도쿄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던 당시 원덕연 부사장(사진 가운데)이 일본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에 나서고 있다. (사진=모뉴엘)

가전 중견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가운데,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도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혁신기업으로 극찬 받았던 모뉴엘이 창업자는 물론 임직원들도 줄줄이 이탈하고 있어 창업 10년 만에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 부사장은 지난 9월 자신이 창업한 모뉴엘을 퇴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 7월에 있었던 조직개편에서 모뉴엘 수장인 박홍석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모뉴엘 경영을 총괄했던 원 부사장이 지난 7월 조직개편에서 개발ㆍ디자인 분야로만 경영 범위가 축소되면서 인사권자인 박 대표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존심이 상한 원 부사장이 지난 9월 회사를 퇴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부사장은 2004년 아하닉스를 창업해 현 모뉴엘의 기초를 만들었다. 다소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인 박 대표를 영입해 해외 영업과 경영 전반을 맡겼다. 이후 박 대표는 모뉴엘 지분 대부분(97%)을 인수하며 회사 내 무게추를 자신에게 쏠리게끔 했다.

원 부사장도 처음에는 모뉴엘 소속이 아닌,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디자인 분야 고문 역할로만 회사 일에 나섰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출신인 원 부사장의 신제품들은 독특한 디자인과 콘셉트로 해외 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2007년 최대 가전박람회인 'CES'에서는 MS 빌 게이츠 회장이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언급할 정도로 혁신기업으로 거듭났다. 원 부사장은 대표 로봇청소기 제품인 '클링클링', 청각장애인 부모를 위한 아기 돌보미 제품 '배블' 등을 비롯해 최근엔 제빵기 제품까지 선보이며 사업을 점차 다각화해 나갔다.

그렇게 디자인 개발 역할에만 나섰던 원 부사장은 올해 1월부터 정식으로 모뉴엘에 입사, 회사의 사업을 총괄하면서 본격적인 모뉴엘 경영에 나섰다. 기존부터 경영 전반에 나서왔던 박 대표와의 갈등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존재하고는 있지만, 모뉴엘의 성공은 대부분 원 부사장의 디자인 능력에서 나왔던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박 대표의 견제도 상당했던 것으로 들었다"며 "터질 수 밖에 없는 시한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내홍에 모뉴엘 내부 임직원들의 혼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업자가 퇴사한 만큼 이후 줄줄이 회사를 떠나는 인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근 홍보, 마케팅 담당자도 퇴사하는 등 임직원들의 동요도 큰 것 같다"고 귀띔했다.

현재 퇴사한 원 부사장은 전화를 끊고 두문분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해외에 있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 박 대표도 실제 한국에서 대응책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은 기업, 산업, 농협은행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연체되자 마지막 수단인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에서는 모뉴엘이 수출 대금을 제때 결제받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수출 규모를 부풀려 가공매출을 일으키다 스스로 무너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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