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들이 잇따라 자사주를 매입하며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CEO들의 이같은 행보가 책임경영 실천과 함께 위기 돌파를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17일 두산건설은 양희선 두산건설 사장이 자사 주식 1만주를 장내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양 사장은 지난해 12월 5000주 매수한 이후 지난 15일~16일 이틀간 1만주 추가 매수했다. 이번 매수로 인해 양 사장이 보유한 총 주식은 1만5000주(지분율 0.03%)다.
지난 달에는 한기선 두산중공업 운영총괄사장이 두 차례에 걸쳐 8000주를 매수하며 보유량을 1만5000주로 늘렸다.
대우건설은 박영식 사장 외에도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한 회사다. 최근까지 대우건설 임직원들이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매수한 주식만 300억원에 달한다. 박 사장 역시 지난해 12월 자사주 1만주를 사들이며 이같은 행렬에 동참한 바 있다.
이에 대우건설 측은 회사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가를 부양하고 시장에 회사 성장에 대한 신뢰를 주자는 목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도 지난 8월 자사주 1만8395주를 매수했다. 윤 대표이사는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대표이사로서 책임 경영 의지를 표명하고 회사의 체질 개선과 성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취득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윤 대표이사 취임 후 코오롱글로벌은 배당가능한 재무구조 전환을 위해 감자를 단행했다. 또 상환전환우선주(RCPS)발행, 구조조정 등 재무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용 대림산업 건설사업부 고문은 지난해 4월부터 매월 100주 내외의 대림산업 주식을 사들이면서 현재 1792주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정연주 삼성물산 고문도 부회장 시절인 지난해 4월 자사주 50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처럼 CEO들의 자사주 매입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책임 경영의 일환이라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CEO의 자사주 취득은 상장사들이 위기 돌파용으로 자주 쓰는 방법이다.
최근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두산건설 관계자는 양 사장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양 사장의 자사주 매수는 최고 경영자로서의 책임경영 의지 피력한 것"이라며 "최근 주택시장호조에 따른 매출채권 회수, 미분양 해소 등으로 재무구조 턴어라운드에 대한 확신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산건설 주가가 사상 최저가 수준을 기록하면서 주가가 저평가 된 상태"라며 "토목, HRSG 등 수익성 높은 사업 기여로 올해 영업이익 1300억원(전년비 120% 증가)예상 등 영업실적 개선이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에 나섰던 경영진의 표정은 제각각이다. 자사주 매입 후 짭짤한 시세차익을 본 경우가 있는가 하면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채 주가 회복을 기다리는 사례도 있다. 정연주 삼성물산 고문의 경우 자사주 매입 당시보다 현재 주가가 20% 가량 올라 20%가량 수익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