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모뉴엘… 창업자와 불화ㆍ무리한 팩토링이 단초 제공

입력 2014-10-23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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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원덕연 부사장 9월 퇴사… 한정적인 대금결제 방식 운영이 발목 잡아

(사진=모뉴엘)

매출 1조원대 중견 가전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사면초가에 빠졌다. 박홍석<사진> 대표의 무리한 '팩토링' 금융 추진, 창업자 원덕연 부사장과의 내부 갈등 등이 누적되면서 창업 10년 만에 '혁신기업' 모뉴엘을 추락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 부사장은 지난 9월 자신이 창업한 모뉴엘을 퇴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조직개편에서 박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퇴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모뉴엘 경영을 총괄했던 원 부사장이 지난 7월 조직개편에서 개발ㆍ디자인 분야로만 경영 범위가 축소되면서 인사권자인 박 대표와 마찰을 빚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존심이 상한 원 부사장이 지난 9월 회사를 퇴사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모뉴엘을 창업한 원 부사장은 삼성전자 출신인 박 대표를 영입해 해외 영업과 경영 전반을 맡겼다. 이후 박 대표는 모뉴엘 지분 대부분(97%)을 인수하며 실질적인 회사의 주인이 됐다. 대신 원 부사장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디자인 분야 고문 역할을 했고, 그의 독특한 디자인 능력은 이후 마이크로 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주의 극찬까지 받을 정도로 모뉴엘을 혁신기업을 키워냈다는 평가다.

그렇게 디자인 개발 역할에만 나섰던 원 부사장은 올해 1월부터 정식으로 모뉴엘에 입사, 사업을 총괄하면서 본격적인 모뉴엘 경영에 나섰다. 기존부터 경영 전반에 나서왔던 박 대표와의 갈등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 대표가 지난 7월 조직개편 당시 원 부사장을 내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내부적으로 곪아들어갔던 모뉴엘은 박 대표의 한정적인 대금결제 방식 운영으로 재무적인 부분에서도 외부 변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모뉴엘은 지난해 1조586억원어치의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고 현금을 수령했다. 팩토링 금융 방식이다. 지난해 연 매출이 1조140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연매출의 전부를 현금거래 방식이 아닌 매출채권으로 결제하고 이를 금융권에게 수수료를 주고 현금으로 바꾼 셈이다. 2012년에는 연매출 8251억원의 91%에 이르는 매출채권을 팩토링 금융 방식으로 현금화했다.

팩토링 방식은 매출채권 등을 일정 수수료를 주고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저리에 대출을 받아 현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리스크가 발생할 소지도 크다. 팩토링 방식은 제품 매입처가 해당 매입채무를 제 때 결제하지 못할 경우 리스크가 판매업체에 바로 전이된다.

이번 모뉴엘의 법정관리 신청도 매입처의 클레임으로 금융권으로 넘어간 매출채권이 제 때 결제되지 않아 연쇄적으로 다른 금융기관과의 거래에도 문제가 전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모뉴엘이 팩토링 방식으로 산정한 매출채권처분손실은 2012년 105억원, 2013년 132억원에 이른다.

한편, 모뉴엘은 지난 20일 법무법인 바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모뉴엘은 기업, 산업, 농협은행 등 채권은행에 갚아야 할 차입금이 연체되서다. 일각에서는 모뉴엘이 수출 규모를 부풀려 가공매출을 일으키다 무너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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