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우리 경제의 확실한 금맥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는 지난 수 십년간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력 수출 상품 중 하나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인 600억 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다. 9월 현재 반도체 누적 수출량은 451억7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했다. 석유제품을 비롯해 전통적인 효자 수출품목인 스마트폰, 자동차 등이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는 20여년간 우리 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2011~2012년 석유제품에 수출품목 1위 자리를 빼앗겼지만 지난해 571억4600만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최고의 자리를 재탈환했다. 특히 석유제품 등 다른 품목 대부분이 전년대비 수출량이 감소한 반면 반도체는 13.3% 증가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날개를 단 것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 중 90%가 해외에 수출된다. 더불어 국내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기술 초격차 실현이 한 몫을 했다.
반도체 시장 성장기인 1990년대, 30여개에 달하는 업체들이 난립하는 등 치킨게임 양상을 띠며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1992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b D램을 개발하자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은 급격히 늘어났고, 삼성전자는 1992년 이후 줄곧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낸드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도 2002년 이후 계속 세계 최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테크놀로지(옛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올 2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34.7%로 부동의 1위다. 뒤를 이어 마이크론(20.5%)과 SK하이닉스(19.2%)의 2, 3위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선전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사상 최초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반도체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국 반도체 생산액은 515억1600만 달러로, 세계 시장의 16.2%를 점유했다. 반도체 부문에서 일본을 앞지른 것은 1980년대 삼성전자가 처음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한지 약 30년 만이다.
이 같은 성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경영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을 반도체가 만회하면서 전통적인 반도체 강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 3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을 2조원 중반대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 영업이익 60%이상을 책임지는 IM(IT·모바일)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넘어서는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올 들어 3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사상 최대인 1조301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속적인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R&D) 강화 전략의 효과가 주효했다는 평가다.
이들 기업은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SK하이닉스도 2조1000원을 투입해 이천 공장을 증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