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헌의 가리사니]“바보야, 문제는 신뢰야”

입력 2014-10-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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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미래산업부 기자

‘카카오톡’에서 시작된 ‘사이버 검열’ 논란 파문이 진정되기는커녕, 국내 모든 IT 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 ‘밴드’는 물론, 통신 3사의 내비게이션 ‘티맵’, ‘올레내비’, ‘유플러스내비’까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국내 IT 산업을 믿었던 이용자들은 실망감을 안고, 하나둘 외산 서비스로 옮겨갔다. 누가 잘나가던 국내 IT 산업에 찬물을 끼얹은 것일까?

논란의 한가운데 선 다음카카오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부랴부랴 “감청 영장 거부”라는 무리한 대처를 내놨지만, 이미 돌아선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마음을 잡기엔 늦은 감이 있다. 카카오톡을 떠나 ‘사이버 망명’을 한 사람만도 벌써 수백만명에 이른다. 반면 독일산 메신저 텔레그램은 애플과 구글 마켓 등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국내 이용자만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탈국내 IT 기업’ 현상은 2008년의 데자뷔를 보는 듯하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사태’가 벌어지고, 촛불 집회를 하던 방송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이메일이 검찰에 압수수색 되면서, 이용자들은 국내 서비스인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떠나 구글로 ‘둥지’를 옮겼다. 하지만 인터넷 패킷만으로도 내용을 감청할 수 있고, 지메일도 안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지금도 일부 전문가들은 텔레그램도 크게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텔레그램 가입자는 늘고만 있다.

왜 이용자들은 국내 서비스를 믿지 못하고 떠날까? 문제는 ‘신뢰’다. 국내 이용자들은 정부에 대한 믿음도, 국내 IT 업계에 대한 믿음도 잃은 지 오래다.

2000년대 초 잘 나가던 ‘싸이월드’와 ‘네이트온’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들은 해킹 등으로 개인정보 유출 곤욕을 치렀지만, 이렇다 할 보상이나 대책을 내놓지 않았고 결국 지금은 옛 명성을 잃은 채 추락했다.

구글은 2010년부터 연간 2회에 걸쳐 ‘투명성 보고서’를 발간한다. 전 세계 정부기관의 정보 요청 건수를 알리기 위해서다. 보고서 발간은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을 믿어달라는 최소한의 신뢰 행위다.

구글 등은 국내 기업처럼 사법당국의 말만 듣고 이용자들의 정보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실제 우리 정부는 구글에 올 상반기에만 416건의 정보를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 중 29%의 정보만을 제공했다. 우리 기업이 90%대 정보를 제공한 것과는 달랐다. 그만큼 자신들의 기준과 이용자들의 신뢰를 잃지 않는 범위,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이용자 정보를 제공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사법당국의 정보 요청이 있을 경우 이용자에게 알리고 있다.

지금 카카오톡발 ‘사비어 검열’ 논란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통신과 메신저, 이메일 등에 대한 감청과 압수수색 등은 사실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수년전부터 이뤄지고 있던 ‘흔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카카오톡으로 논란이 또 다시 시작된데는 국민들이 카카오톡을 그만큼 믿었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법을 어기면서까지 우리를 보호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신뢰를 가지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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