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이주열 정책공조에도 벗어나지 못한 ‘0%대 저성장의 늪’

입력 2014-10-24 09:21 수정 2014-10-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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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성장률이 전기비 0.9%로 4개 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다. 특히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기준금리를 내려 정책공조에 나섰으나 세월호 여파만 간신히 극복했을뿐 0%대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0%대 저성장의 늪 = 실질 GDP 성장률 추이를 보면 2011년 1분기부터 작년 1분기까지 9분기째 0%대에 머물렀다. 그러다 작년 2분기에 1.0%로 10분기 만에 0%대에서 벗어났다. 이후 작년 3분기(1.1%)까지 1%대의 흐름을 이어가다 그해 4분기와 올 1분기 0.9를 기록, 다시 0%대로 떨어졌다. 더군다나 2분기에는 4월 발생한 세월호 사태로 1년 3분기 만에 최저치인 0.5%로 반토막이 났다. 3분기에는 최 부총리와 이 총재의 정책공조에도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 부총리가 지난 7월 취임한 이후 처음 나온 실물 경제에 대한 종합성적표인 3분기 GDP가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확장적 재정정책, 부동산 규제완화, 세제개편안 등을 내놓으며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더블딥(double deep) 우려만 겨우 진화한 것이다.

이는 성장에 ‘나홀로’ 기여해 왔던 수출이 –2.6%로 5년 3분기 내 가장 큰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를 그나마 떠받치고 수출 성적표까지 이상 징후를 보이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가계·기업·정부 모두 ‘싸늘’ = 0%대의 저성장의 터널을 나오기엔 가계·기업·정부의 상황이 모두 신통치 않다. 우선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분기 플러스로 전환된 설비투자가 올 3분기에는 –0.8%를 기록, 하락세로 전환됐다.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수익성 악화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돈벌이가 될 새로운 사업은 찾지 못하자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 기업의 양대 대들보인 삼성전자와 현재자동차의 3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치자 국내 산업경제 전반에 실적악화가 파급될 것이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휴대전화, 자동차 뿐만 아니라 조선,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이미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간소비는 전기비 1.1% 증가해 지난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다. 그러나 이는 지난 2분기(-0.3%)에 11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기대한 것만큼 늘어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전년동기비로는 1.6% 오르는 데 그쳤다. 급증하는 가계빚도 민간소비 증가를 짖누르고 있는 요인이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의 그늘인 재정건전성 악화 문제도 만만찮다. 7월까지 국세청 세수 진도율은 58.2%에 그쳤다. 8조5000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던 지난해보다 올해 세수상황은 더 나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종 경제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넘어야할 난제다.

◇美 금리인상·유럽위기 재발 우려·엔저 등 대외 악재 곳곳에 = 여기에 대외 변수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시장에서부터의 자금 유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유로존에서는 경기에 대한 디플레이션과 ‘트리플 딥’(3중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 동안 잠잠했던 PIGs(포르투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의 재정 위기설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일본의 엔화 약세로 인한 국내 수출 경쟁력 악화 문제도 고조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회복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기 부양책에만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성장률이 기대에 못 미쳐 단기 부양책이 많이 나왔지만 정부가 정책 범위를 좀더 넓혀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현재의 확장적 거시경제 정책은 장기적 해법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관광·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활성화가 주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개혁 과제로 여러 논의가 있지만 그 교집합을 모아보면 규제개혁으로 귀결된다”며 “그 중에서도 서비스산업 규제 완화가 한국경제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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