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영세 자영업자의 고금리 대출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한국은행에서 연 0.5%의 저리에 빌린 정책자금을 영세자영업자들에게 연 11%에 가까운 고금리로 대출해 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홍종학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한은의 영세자영업자 대출자금 금리는 연 0.5%다. 이는 한은의 금융중개지원 대출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영업자들의 고금리 대출 부담을 덜어주고자 지난 2012년 11월 도입됐다.
그러나 영세자영업자들이 실제로 시중은행 대출을 받을 때는 은행권 마진 5%와 국민행복기금 보증료 5.38%가 더해져 평균 10.88%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었다. 이는 올해 1∼9월 영세자영업자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한 16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평균이다. 시중은행들은 작년에도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평균 연 10.71%의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 마진 5% 가운데 국민행복기금 출연비용이 1.77%, 은행수익이 3.23%”라며 “모니터링을 한 결과 취급원가를 제외한 은행의 순수 마진은 1.8∼1.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영세자영업자 대출 프로그램은 집행 실적 또한 미진하다. 한은이 시중은행에 지원하는 대출 한도는 매달 5000억원이지만, 정작 대출은 10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또 한은의 영세자영업자 프로그램의 올해 9월까지 월평균 대출 잔액은 1184억원으로 배정액 5000억원의 23.7%에 불과했다.
홍 의원은 “국민혈세로 마련된 정책자금이 시중은행의 배만 불린 채 영세자영업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시중은행의 마진과 국민행복기금의 보증료를 낮춰 정책자금 취지에 맞도록 한은이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