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꺾기’에 물든 은행권]“대출금리 우대, 카드 가입하셔야지~” 법 피해 영업

입력 2014-10-29 10:33 수정 2014-10-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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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근절에도 꺾이지 않는 은행 ‘꺾기’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주거래은행을 찾았다. 최씨는 대출심사 과정에서 은행 창구직원이 10년짜리 적금을 들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고 권유해 상품에 가입했다. 그러나 최씨는 상품 설명을 듣는 도중 5년까지는 원금도 못 받는 보험상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자리에서 상품 가입을 취소했다.

#김모씨는 A은행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으려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대출을 받으려면 반드시 특정 회사의 카드를 발급받아 한 달에 10만원 이상 3개월을 써야 한다는 것. 김씨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카드를 발급받지 않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울며 겨자먹기로 상품에 가입했다.

◇은행들 ‘꺾기’ 관행 여전 = 금융권에서 구속성 예금(일명 ‘꺾기’)이란 개인이나 기업 고객이 대출을 받을 때 자사 예금에 강제로 가입하도록 하거나 제휴하고 있는 보험 상품에 가입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고객은 이를 거부할 경우 대출받기 힘들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하게 된다. 꺾기가 성행할 경우 출혈경쟁으로 인해 금융사간 공정 경쟁 또한 어렵다. 문제는 꺾기의 대상이 주로 중소기업이나 서민 등 상대적 약자라는 점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꺾기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운룡 의원이 각 은행들의 꺾기 적발 내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16개 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구속성예금 적발 내역을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20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경남은행 185억9000만원(2004년 7월부터 2011년 9월), 국민은행 152억5100만원 순이었다.

산업은행은 총 41억7000만원(18건)의 구속성 예금을 수취했으나 전 은행권에서 유일하게 올해도 구속성 예금(19억원)을 받은 사실이 금감원에 적발됐다.

또한 지난해 꺾기 의심 사례는 총 5만4548건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해당 여신거래액의 절반(45.3%) 에 해당하는 5조1110억원 규모다.

최근에는 대출금리 우대를 내세워 카드 가입을 강요하는 등 꺾기 수법도 다양화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학영 의원실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 달여 기간(7월 25일~8월 28일) 동안 판매된 주택담보대출 건수는 2817건이며, 같은 기간 대출승인을 받은 고객 중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980건으로 10명당 3.5명이다.

이 의원은 “현행 법규와 관련 제도에 따르면 신용카드 발급 권유는 꺾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농협은 카드 사용 때 최대 10% 할인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카드 할부이자와 수수료를 감안할 때 은행으로서는 남는 장사”라고 지적했다.

◇서민·중소기업 피해 심각… 금융당국 꺾기 근절 나서 =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 대한 꺾기를 지속적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은행들이 기존 규제를 피해 꺾기 상품과 대상자를 확대한 신종꺾기로 진화하고 있다.

꺾기는 은행이 협상력 등이 낮은 중소기업이나 저신용자에 대출해 주면서 원하지 않는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불공정행위다. 금융당국은 대출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실행일 전후 1개월 내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 5월 중소기업 359개사를 대상으로 꺾기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중소기업의 23.7%가 최근 2년간 꺾기 피해를 겪었다고 답변했다. 소기업(25.0%), 매출액 100억원 미만 기업(24.9%)일수록 피해를 입었다는 답변이 많았고, 예적금만이 아니라 보험과 펀드 상품, 기업 외에도 기업 대표자, 직원들로까지 대상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꺾기 관행 근절을 위해 검사를 강화하고 적발시 임원까지 징계하는 등 처벌을 강화키로 했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구속성 예금 부당행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감독업무 중점과제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금융당국은 각 은행이 대출 전후 1개월 이내에 월수입 금액이 대출금액의 1%를 초과하는 예금 등의 계약은 원칙적으로 체결되지 않도록 하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또 시중은행이 구속성 예금을 50건 이상 취급하고 이를 위반한 점포가 전체 점포수의 10% 이상일 경우 기관 경고 이상, 30건 이상이면 기관 주의를 받는다. 보험·펀드·원금 비보장 금전신탁의 경우 구속성 예금 수취 비율이 월 3% 이상이면 감봉 이상, 1% 이상~3% 미만은 견책, 1% 미만은 주의 조치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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