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점포는 금융지주 계열사만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A보험사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해 ‘복합점포’ 도입을 발표하자 은행과 보험사 간에 신경전이 벌어졌다. 금융지주 계열 은행은 ‘환영’ 일색인 데 반해 비금융계열 보험사는 ‘결사 반대’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계열 보험사를 두고 있는 은행으로서는 보험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방카슈랑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은행이 없는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25%룰’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반발했다. 갈등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은 일단 복합점포 도입에서 보험을 제외한 뒤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 복합점포 갈등 원인 ‘방카 25%룰’ =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은행과 증권사만을 대상으로 한 복합점포를 내년 3월 먼저 도입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되 내년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금융위는 은행과 증권·보험·자산운용사 등 전 금융권의 점포를 포괄하는 복합점포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은행과 증권만으로 한정해 방향을 바꾼 것이다.
금융당국이 복합점포 방안을 변경한 가장 큰 원인은 보험업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와 보험대리점협회가 반대 의견을 당국에 올렸으며 보험연구원도 보고서를 통해 학술적 근거를 받쳐줬다. 문제의 핵심은 방카슈랑스 ‘25%룰’이었다.
‘25%룰’이란 개별 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 보험사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이다. 계열 은행을 둔 보험사가 ‘방카슈랑스(Bancassurance)’ 시장을 독점할 것을 염려해 보험사 간 형평성을 맞추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보험업계에서는 복합점포가 활성화된다면 금융그룹의 계열 보험사들은 25%룰과 보장성보험 판매제한 등을 우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방카슈랑스 25%룰로 인해 은행점포에선 소비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방카슈랑스 25%룰이 무의미해지면 입점한 보험사는 자사 보험상품의 판매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연구위원은 또 “신한생명, 하나생명 등 은행계 보험사와 달리 비은행 보험사에 대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 역시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은 “복합점포 활성화 방안은 방카슈랑스 25%룰, 점포별 판매인수 제한, 판매상품 제한 등 현행 방카슈랑스 규제의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 현행 법·제도와 상충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객 중심으로 다양한 설계 필요 = 금융당국이 보험사를 제외하고 복합점포를 활성화하기로 결정하면서 금융소비자들은 한 창구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됐다. 은행은 증권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기존 점포에 비해 운영비용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고객 동의 시 일정 부분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가 가능해 주거래 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다.
노진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복합점포 확대는 고객 중심의 중개·자문업 성장을 촉진하고 국내 방카슈랑스 규제의 불합리성을 보완하는 한편 소비자선택권을 개선하는 데에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는 복합점포에 계열 보험사가 입점할 유인이 크지 않으며 불완전판매나 꺾기 사례도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복합점포에 계열 보험사가 입주할 경우 보험사 직원이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불완전판매 위험은 오히려 줄어들며 계열 보험사 직원이 판매하는 보험상품은 판매수수료의 대부분을 계열 보험사에서 가져가므로 은행의 지위를 활용한 꺾기 유인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복합점포 직원의 유인체계에 따라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복합점포의 수익구조와 해당 직원의 핵심성과지표(KPI) 등 근본적 인센티브 구조를 고객 중심으로 설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