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연구원이 내년에는 내수를 중심으로 올해보다 0.2%포인트 더 높은 3.7%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연은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경제·금융 동향과 전망: 2014~2015년’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박성욱 금융연 연구위원은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활성화 정책, 낮은 금리수준,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내년에는 내수의 확장세가 올해보다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연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3.7%는 한국은행(3.9%), 기획재정부(4.0%), 해외 투자은행(IB) 7개 기관(평균치 3.9%)보다는 낮다. 박 연구위원은 “한은, 해외기관 등의 전망치와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한은보다는 우리가 고령화, 가계부채 등 구조적 요인으로 소비 회복세가 더 천천히 이뤄질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 2.8%…0.9%P↑ = 내년 성장률을 항목별로 보면 민간소비가 올해는 1.9% 성장했으나 내년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2.8% 증가할 것으로 금융연은 예상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는 5.3%에서 7.9%로, 건설투자도 3.3%에서 4.4%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3% 상승한데 이어 내년에도 원자재가격 안정 등으로 1.6%의 낮은 오름세를 기록해 물가목표치 범위(2.5~3.5%) 하한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년 연초부터 담뱃값 인상이 이뤄지면 2.2%로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경상수지는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와 유가 안정에 힘입어 올해(852억달러)에 이어 내년에도 793억달러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할 전망했다. 통관기준으로 수출과 수입은 각각 4.9%, 5.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취업자수 증가는 올해 47만명에 이어 내년에도 45만명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올해(3.4%)보다 소폭 하락한 3.3%를 예상했다.
원·달러 환율은 상반기 중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다소 높은 수준을 보이다가,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됨에 따라 점차 하락해 전년 수준과 비슷한 연평균 105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고채(3년) 수익률은 연평균으로 올해 2.6%보다 다소 낮은 2.5%로 내다봤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내년 경제성장 제약 가능성 = 내년에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돼 외국인 자금유출 등 대외충격이 나타날 경우 성장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금융연은 우려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시장은 2012년 중반 이후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배경으로 안정세를 유지해왔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우려 등을 계기로 변동성이 확대되고 신흥국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경제는 대외개방도가 높기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국내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며 경제심리가 위축돼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 지속, 세계 7위의 외환보유액 등으로 외화유동성 사정이 양호하므로 금융위기의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가계 미래불안 완화해 소비 유도해야 = 금융연은 향후 경제정책에 대해 자생적 성장 모멘텀을 회복하는 한편 우리경제의 안정성이 유지되도록 대내외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선 올 상반기에 예상치 못한 성장률 급락이 나타났기 때문에 저성장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경기대응책이 중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위원은 “향후 우리경제가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고 연금제도 확충 및 가계소득 증대 등으로 가계의 미래 불안을 완화해 안정적인 현재 소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사상 최저치인 연 2.0%의 기준금리 여력을 소진하기 보다는 향후 시장 불안 고조시의 대응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확장적 기조를 주문했다. 박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경기회복 지원을 위한 적자재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재정적자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