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정책 기조가 매파적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개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3차 양적완화(QE3)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150억 달러 남은 QE3은 이달을 끝으로 중단된다.
연준은 초저금리 기조는 유지하기로 했다. FOMC 성명문에는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 초저금리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FOMC 위원들은 “고용시장의 조건이 더욱 개선됐다”며 견고한 일자리 증가와 낮은 실업률을 예로 들었다. 또 고용시장 지표들은 노동자원의 활용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 9월 FOMC 성명에서 “노동자원이 상당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것과 비교되는 부문이다.
잰 해치우스 골드만삭스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OMC 성명문 공개 이후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가 이번 FOMC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이라며 “이는 분명 매파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고용 전망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전반적인 경제 상황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경제의 부진이 미국 경제에 미칠 여파와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물가는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연준은 단기적으로 에너지가격의 하락과 함께 물가 부담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연방기금목표금리를 인상하는 시기는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지만,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시기가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데이비드 아데르 CRT캐피털 수석 국채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첫 금리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1~2개월 앞당겨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존 카날리 LPL파이낸셜 이코노미스트는 “생각보다 연준은 매파적이었다”며 “글로벌 성장 부진은 물론 금융시장의 환경이 위축됐다는 평가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투자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연방기금선물을 통해 투자자들은 연준이 오는 2015년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전일의 10월에서 1개월 빨라진 것이다.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시장의 전반적인 전망이 내년 중순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경제전문방송 CNBC는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12월부터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인 0~0.25%로 유지하고 있다. 연준이 내년 금리를 올리면, 2006년 이후 9년 만에 금리인상에 나서게 된다.
현재 4조4800억 달러에 달하는 재무제표는 한동안 유지할 전망이다. 연준은 현재 보유 중인 채권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재무제표를 유지하는 것으로도 경기부양 효과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앞서 연준이 막대한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면서, 금리를 안정시키는 것은 물론 자산 가격의 하락을 억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6월까지 1~2차 QE를 통해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였다. 2012년 9월 발표한 3차 QE를 통해서는 사실상 무제한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월 850억 달러였던 QE3 규모를 100억 달러씩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에 착수했다.
차기 FOMC는 오는 12월 16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12월 회의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공개되고, 재닛 옐런 의장이 기자회견에 나설 예정이다.
이날 주식시장이 하락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시장 역시 연준이 긴축 고삐를 조일 수 있다는 쪽으로 반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는 장 후반 낙폭을 줄이기는 했지만, 다우지수가 0.18% 하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채권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현재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bp(1bp=0.01%P) 오른 2.34%를 기록했다. 달러ㆍ엔 환율은 0.71% 오른 108.88엔으로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