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불황…‘통 큰 세일’에도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입력 2014-10-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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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서울역점 ‘생필품 반값 행사장’ 가보니…소비자 “싸긴 하지만 여유 없어서”

▲지난 27일 ‘창사 35주년 기념 통큰 선물’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쌀 코너에서 마트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세일 품목인 쌀, 바나나, 세라믹 냄비 코너 등에는 머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지난 27일 오후 1시, 롯데마트 서울역점. 평일 치고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최대 반값까지 할인하는 ‘창사 35주년 기념 통큰 선물’ 이벤트가 펼쳐지고 있어 평소보다 붐비는 것 같다고 서울역점 관계자는 귀띔했다.

그러나 장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대화가 낯설었다. 자세히 보니 마트에 온 손님들은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들. 중국어가 곳곳에서 들릴 뿐, 우리말을 쓰는 구매자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날 세일 품목이었던 쌀, 바나나, 세라믹 냄비 코너 등을 돌며 2시간가량을 둘러봤지만, 이들 코너에 머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단지를 보고 왔지만 ‘통큰 세일’ 기간인지 몰랐다는 김설화(40·서울시 마포구)씨는 쌀 코너를 들르지 않았다. 기자가 ‘통큰 세일’ 기간에는 쌀이 20kg에 3만9500원이라고 말하자, 식구가 적어서 양이 많은 ‘통큰 세일’ 상품은 잘 안 사게 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참가차 한국에 온 태국인 싯타 씨양씨의 카트 안에 신라면, 찰떡파이, 칙촉 등 다양한 식자재가 담겨 있다.
20kg 쌀을 사러 온 한 소비자는 난색을 표했다. 지역 주민인 김점례(64)씨는 “전단지를 보고 왔지만 막상 20kg 쌀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10kg 쌀이 2만9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그는 “10kg을 2개 사면 6만원에 육박해 너무 비싸다”면서 “전단지만 보고 왔는데 헛걸음을 했다”며 하소연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한 직원은 “주기적으로 세일 상품 구성이 달라지는데, 20kg 세일은 끝나고, 오늘은 10kg 단위로 파는 쌀이 진열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라믹 세일 제품을 살펴보고 있던 한 손님은 구경만 할 뿐 이내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싸지만 냄비를 살 여유는 없다”면서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는데, 정말 필요한 품목들 위주로 세일 품목을 정하고, 수량도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이번 창사 기념 행사기간을 지난해보다 1주일가량 더 연장하고 품목도 20% 늘려 내수 활성화를 꾀하겠다고 했지만, 소비자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보관이 쉬운 식자재는 제법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김과 고추장 코너에는 특별히 ‘통큰 세일’ 팻말이 걸려 있지는 않았다. 곱슬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청년은 눈을 밝히며 김 몇 장을 시식했다. 청년 뒤에 빼곡히 줄 선 사람들도 입맛을 다셨다.

고추장 코너도 열기가 뜨거웠다. 쌍꺼풀 짙은 눈에 검은 피부를 지닌 대만 여대생 티나(24)는 태양초 고추장을 살지, 청정원 고추장을 살지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한국에 여행온 김에 집에서 먹을 것까지 사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카트 안에는 너구리 라면 두 묶음, 한 톳 정도 되는 김이 담겨 있었다. 콘퍼런스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싯타 씨양(24·태국)도 “고국에 돌아가 친구들에게 선물할 과자를 샀다”면서 사뭇 들뜬 모습이었다.

생필품과 식품매장을 제외한 스포츠 용품, 의류, 전자제품 매장 등에서는 손님을 구경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한 판매원은 “세일을 진행하면서 고객 방문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주말을 제외하고는 많이 한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심리지수가 세월호 참사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지난 5월 수준으로 다시 하락하면서 마트업계가 소비진작을 위한 세일 등의 행사를 벌이고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4분기 유통경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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