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등장해 이색 테마 펀드로 인기를 모았던 통일펀드가 운용사별로 양극화 흐름을 보여 주목된다. 올 초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남북 간 해빙 조짐을 타고 통일펀드는 설정 이후 펀드 업황 침체에도 5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설정 이후 각 운용사가 선보인 통일펀드의 성과는 극명히 엇갈린 모습이다.
31일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기준 통일펀드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펀드는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8.79%)다. 업계 최초 통일펀드로 출시 이후 주목받았던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주식)A’(-9.04%)와는 대조된다(기준일:2014.10.27).
같은 테마로 설정됐지만 이들 펀드의 성과가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것은 운용 전략이 틀리기 때문이다. 통일펀드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하이자산운용은 남북경협의 확대 단계에서부터 통일 준비, 통일 초기, 통일 완성 단계까지 4단계로 구분해 단계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한다. 현재 하이자산운용은 남북경협의 확대 및 통일 준비 단계를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한다는 설명이다.
하이자산운용 김영진 주식운용본부 이사는 “남북경협의 확대 단계에서 개성공단의 예처럼 노동집약적 경공업 산업 및 종목과 통일 준비 단계를 위한 유틸리티, 통신, 인프라 투자 등을 염두에 둔 포트폴리오 전략이 약세장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하이자산운용은 현재 한국전력, SK텔레콤을 필두로 한 인프라 투자 관련 종목과 경방, 동일방직 등 노동집약적 경공업 그리고 의료지원 등 대북지원을 위한 제약, 바이오 업종들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반면 가치주 투자의 ‘맏형’인 신영자산운용은 통일 이후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KB금융, 한국가스공사, 기아차 등 전기전자, 서비스, 운수장비업종에 포트폴리오를 집중시켰다. 다만 이 펀드는 통일 이후 10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내다보고 투자하는 펀드인 만큼 단기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나온다.
펀드 전문가들은 각 운용사마다 통일 펀드 운용전략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품별 특징을 잘 살펴 꼼꼼하게 접근할 것을 당부했다.
오온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통일이라는 테마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벤트이다 보니 성과 검증 면에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특히 테마펀드 특성상 아무리 전도 유망해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전체 자산의 10% 포트폴리오 비중에서만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