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訪韓)한 각국의 금융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 간의 금융통합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전이 가능성을 높이는 등 금융통합의 부정적인 측면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들은 또 양자·다자간 통화스왑 체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3일부터 이틀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아시아 금융의 미래: 금융통합이 아시아 지역의 거시경제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아시아 국가의 경우 역내 무역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데 반해, 역내 채권투자 비중은 13%에 그치는 등 실물부문에 비해 금융부문의 통합이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아시아 지역의 금융통합 진전을 통해 기대되는 편익을 최대화하면서도, 수반되는 잠재적 위험에도 충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마이클 더브루 브리티시 컬럼비아대 교수는 “금융통합의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측면을 균형있게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통합은 위험부담이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 증대를 통한 자원배분의 효율성 증대라는 편익을 가지지만 도덕적 해이로 인한 과도한 위험선호 성향의 증대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급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금융이 통합된 경우 위험분담으로 인해 금융통합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에 비해 충격의 정도가 작은 것으로 나타나 금융통합이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더브루 교수는 또 “금융통합이 일시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일부 있기는 하나 경제성장 효과가 뚜렷하게 입증된 연구는 거의 없다”는 점도 언급했다.
아이한 코제 세계은행(WB) 국장은 금융통합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로 선유동성 제약이 축소된다는 점을 들었다. 코제 국장이 1950~2011년 동안 89개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선진국이냐 개발도상국이냐에 관계없이 금융통합이 진전된 국가일수록 유동성 제약이 점차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와 아지스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장은 역내 금융통합에서 보완점해야 할 점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를 제시했다. 이와 국장은 “금융통합의 진전에도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성과는 미흡하며 국가 간 위험 공유 또한 활발하지 않아 여전히 개별 국가 차원에서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됐다”며 “사회간접자본에 투자 없이 기존과 같이 주택 및 부동산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진다면 성장과 생산성 증가는 지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쳉훈림 IMF 부국장보는 아시아 금융부분의 성장은 실물경제 성장과 함께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인구구조의 변화가 금융부분의 미치는 영향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우선 그는 아시아내 일부 선진국과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구 고령화는 저축률을 감소시켜 금융부분의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는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는 인구배당효과로 인해 저축이 지속적으로 증가, 대비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쳉 부국장보는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산층의 퇴직 대비 저축 증대가 용이하게 하고 제반 위험에 대한 보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민간소비가 안정적으로 증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사히로 카와이 동경대 교수는 “대규모의 저축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지역내 금융통합과 금융시장 개방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중국은 규제개혁을, 일본은 친기업적 사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마사히로 교수는 이어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고 정상적인 통화정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있는 가운데 미 통화정책의 취약성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과 통화스왑 체결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이 총재도 “한국이 중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과 통화스왑을 체결한 것처럼 아시아 국가 간에 양자간 또는 다자간 금융안정망 구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