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올해말 4년간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졸업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재무장관들이 오는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의 구제금융 졸업 계획에 대해 논의한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대신 안전장치로 그리스가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때 아직 집행되지 않은 110억 유로 규모의 구제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번 회의에서 이 같이 결론이 난다면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내년 3월 총선을 앞두고 대외채권단인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으로 구성된 이른바 ‘트로이카’의 보호 관찰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게된다. 또 이 경우 국제 금융시장은 그리스가 긴급 상황에서도 여신을 공여받을 장치가 있다는 안도감을 갖게 된다는 게 이 방안을 지지하는 진영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에서 벗어나도 유럽연합의 간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의미라고 FT는 전했다. 하지만 당초 그리스 은행권이 분담키로 한 110억 유로를 활용하면 독일의 반발은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조기 졸업 지지자들은 기대한다.
앞서 지난달 사마라스 총리는 올 연말에 1720억 유로 규모의 2차 구제금융에서 완전히 졸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가 여신의 근거를 없애고 외부의 감독도 받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그의 발언에 그리스 국채 금리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등 한동안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EU 내부에서는 연말까지 조건 없는 그리스의 완전한 구제금융 졸업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EU 당국자는 “전적으로 완전한 졸업이 이뤄질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고 일축했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올 연말 구제금융 졸업을 위해 대외채권단이 요구한 경제개혁 조치들을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카스 하르두벨리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번 회의에서 110억 유로의 신용공여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는 내년에 국제 자본시장에서 자력으로 60억∼90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조기 졸업이 실현되려면 IMF의 역할에 대한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 EU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오는 12월에 끝나지만, IMF의 구제금융 일정은 2016년 3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