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반기문 신드롬

입력 2014-11-0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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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반 총장의 대선 후보 가능성을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거론한 건 친박(친박근혜)계였다. 이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의 세미나에서 반 총장의 지지율에 대한 발제를 하면서 비롯됐는데, 이 때문에 친박계가 반기문 총장을 대선 후보로 영입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오해일 수도 있다. 이택수 대표가 반기문 총장의 지지율을 주제로 삼은 건 대표 본인의 선택이라고 말한 탓이다. 뿐만 아니라 원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발제를 맡기로 했는데, 일정 때문에 갑자기 자신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이것으로만 보면 정말 우연으로 반 총장의 대선 후보 가능성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궁금한 점은 있다. 평소 같으면 비공개로 진행하던 세미나를 이날은 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니 친박들이 작심하고 반 총장의 대선 후보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반 총장의 대선 후보 영입 문제는 야권의 동교동계로부터도 나왔다. 권노갑 고문이 반 총장을 거론하더니 정대철 고문도 반 총장에 대해 거론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반 총장은 졸지에 여야 모두가 가장 선호하는 대선 후보가 된 셈이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친박들이 반 총장을 거론한 이유는 김무성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행위일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야권의 동교동계가 반 총장의 대선 후보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 역시 친노(친노무현)의 핵심인 문재인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다. 여권이든 야권이든 반 총장을 일종의 유력 대선 후보 ‘견제용’으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만일 반 총장을 이런 용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정치 전략이다. 반 총장은 현재 유엔의 일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즉, 반 총장이 국내 정치에 휘말릴수록 외교적 사안의 처리가 어려워진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친미적 입장을 경계하는 야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면 미국이나 일본과의 일 처리를 어렵게 할 수 있고, 반대로 여권 후보로 거론되면, 가뜩이나 사드 도입 문제로 중국의 의구심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국내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만 반 총장은 현재의 직무에 충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본인도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른다.

그런데, 반 총장은 진짜 대선 후보로 적합한 인물이기는 할까. 일부는 ‘제2의 안철수 현상’이라며 폄훼하기도 한다. 하지만 반 총장과 안철수 의원을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기존 정치권에 식상하고 반발해 온 이들은 현재 반기문 총장을 지지한다는 점에서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안철수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단지 의사 출신 컴퓨터 보안 전문가에 불과했을 뿐, 정치권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반기문 총장은 정통 관료 출신으로 청와대 근무 경험도 있어 나름 정무적 감각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차이인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 반 총장은 안철수 의원보다 정치적 판단을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판을 읽는 능력도 안철수 의원보다는 훨씬 나을 것으로 보인다. 정무적 감각이나 판을 읽는 능력 없는 관료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을 지낼 수는 없고, 더욱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반 총장을 단순히 ‘제2의 안철수’라고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그의 능력은 대선 후보로서 충분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을 하는 동안은 그를 더 이상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정치권은 그를 선점하려 하지 말고, 일단 성공적 사무총장으로 임기를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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