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위기가 기회다<6>]해외진출 50년…‘미얀마의 실패’가 던지는 의미는

입력 2014-11-0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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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해외점포, 국내 기업교포 영업에만 치중…현지 금융환경 분석 강화 필요

#. 지난달 초 미얀마 정부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지점 설립 예비인가를 발표했다. 여기에 신한, 기업, KB국민은행 등 지점 설립을 원했던 국내 대형 은행들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 세계 9위 규모로 급성장한 글로벌 은행 스페인 산탄데르는 남미지역 중소형 현지은행 인수합병(M&A)을 통해 현지화·대형화를 이루고 현지 경영인에게 영업을 맡겨 입지를 구축했다. 유로존 재정위기 여파에도 산탄데르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했던 것은 해외 수익이라는 안전판이 있기에 가능했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저금리 국면에 진입하고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은행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의 해외 진출은 수익 기반을 다각화해 위험을 분산시키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은행들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은행권은 ‘미얀마 지점 설립 실패’에 대해 심도 깊게 분석하고 개별 회사에 맞는 장기적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글로벌화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철저한 인력 현지화 = 한국에 진출한 유수의 글로벌 은행들의 경우 몇 명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돼 있다. 해외 진출의 역사가 50년 이상 지났지만 국내 금융회사의 국제화 및 현지화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해외점포들의 총자산 규모는 778억4000만 달러로 지난 2012년 690억2000만 달러 대비 88억2000만 달러(12.8%) 늘어났다.

자산은 증가 추세지만 은행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4%에 불과하다. 글로벌 은행들은 30~60%에 이른다.

은행 해외점포의 자산, 수익, 인원이 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초국적화지수(TNI)’는 지난해 상반기 4.8%에 그쳤다. 글로벌은행인 HSBC(64.7%), 씨티(43.7%), 미쓰비시UFJ(28.7%) 등은 훨씬 앞서가고 있다.

해외 영업이 국내 영업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해외점포들의 당기순이익은 4억5000만 달러로 전년(6억4000만 달러)보다 1억8000만 달러(28.8%) 감소했다.

현지 직원과 의사소통이 중요하나 공식문서, IT시스템 등은 한글로 돼 있어 원활한 의사소통이 곤란한 실정이다.

인력의 현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국내 기업이나 교포 위주의 영업으로 인해 결국 해외 진출의 의미가 사라지고 만다는 지적이다.

현지화 성공을 위해 해외점포에서 근무할 글로벌 인재를 별도로 양성해 장기 근무하도록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장기전략 및 계획 수립 필요 = 체계적인 준비 없는 일회성 접근으로는 현지고객 확보, 평판 구축, 현지인력 운영 노하우 축적에 한계가 있다.

한 국내 은행의 카자흐스탄 현지은행 인수 실패 사례에서 이런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A은행은 해외 진출 거점 마련을 위해 9541억원(지분율 29.6%)을 투자해 카자흐스탄 현지은행을 인수했으나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은행 부실이 증가해 7683억원 투자 손실의 쓴맛을 봤다.

당시 실패 원인으로 △유동성 위기 등에 대한 과소평가 △법규·관행 등에 대한 몰이해(관련 서류 등이 러시아어로만 존재) △재무실사 결과의 과신 △시장조사를 위한 사무소 개설 등 단계적 접근 생략 등이 꼽혔다.

BNP파리바 은행은 포르티스(Fortis) 은행 인수를 목표로 10여년간 수백개의 태스크포스를 운영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 사들였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단기성과 위주의 평가와 규제를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화 과정을 도와줄 수 있는 정책 지원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임병철 신한FSB연구소장은 “국내 금융회사는 현지화를 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진출국 현지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진출국의 금융환경, 고객특성, 경쟁현황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고 글로벌 인재육성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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