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 '헬로 이방인', 늘어나는 외국인 프로그램 빛과 그림자

▲'비정상회담'-'헬로 이방인'(JTBC, MBC)

바야흐로 외국인 예능 전성시대가 열렸다. 이제 안방에서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됐다. 과거 명절 특집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외국인 예능인들이 어느새 주류가 돼 예능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MBC ‘일밤-진짜 사나이’의 샘 해밍턴으로 촉발된 최근의 외국인 예능 전성시대는 JTBC ‘비정상회담’으로 완성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각 나라의 외국인 출연자들이 모여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짚어내는 포맷은 외국인 출연자이기에 더욱 사실적이었고,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었다.

과거 ‘미녀들의 수다’가 그 미모와 가벼운 수다로 화제를 모았다면 ‘비정상회담’은 신랄하고 솔직한 입담으로 조금 더 깊이 시청자들의 심리를 흔들었다. 특히 외국인 예능의 출연자들은 등장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는 상황이다.

MBC‘나 혼자 산다’는 일본 국적의 출연자 강남을 멤버로 영입하고, 수 회 만에 큰 반향을 얻었고, 지난 달 16일 첫 방송된 MBC ‘헬로 이방인’에 출연한 일본 후지이 미나, 중국 레이, 리비아 아미라는 일거수 일투족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과거 리얼버라이어티와 일반인 출연자가 가져온 신선함이 ‘외국인’이란 코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며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 입장에서 ‘한국말 잘 하는 외국인’의 말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다. 과거 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등이 화제를 모았다면 이제는 캐릭터가 다양화되고, 국적도 다양해졌다. 전에 없던 참신함이 방송가와 시청자의 구미를 당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헬로 이방인’의 연출을 맡은 유호철 PD는 외국인이 갑자기 브라운관에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들은 진지한데 우리들이 보기에는 웃음 포인트가 있다”며 “현재 160만명의 외국인이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다. 손님이라기보다 이웃이다. 서툰 모습과 한국을 잘 아는 신기함을 접목해 재미를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후죽순 생겨나는 외국인 예능 프로그램에도 그림자는 분명 존재했다.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비슷한 포맷의 예능이 많아지자 점차 신선함이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호기심은 오랫동안 유지되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외국인 예능이 많아질수록 이들의 수명은 단명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정상회담’이나 ‘헬로이방인’은 세트 안에서도 각 나라의 국기를 표출하며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 중국, 미국, 캐나다 출신의 출연자들은 두개의 프로그램에 모두 존재하는데 반해 현재 우리 사회에 동남아 출신 이주민과 다문화가정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존재는 외국인 예능프로그램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다양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이지만 진정한 다양성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상덕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방송은 계몽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외국인 예능방송에 출연하는 외국인들과는 다른 외국인들에 대해서 우리도 모르게 차별을 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향후 외국인 예능의 발전 방안에 대해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외국인에게 특화된 새로운 아이템이 나와야 호응을 얻을 수 있다”며 “외국인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과거처럼 단순하게 한국말 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적인 부분들 까지도 소화시킬 수 있는 외국인이 등장해야 성공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오예린 기자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