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퇴’라고? “주부골퍼 납시오”

입력 2014-11-0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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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 박인비 결혼 후 펄펄…최혜정ㆍ안시현 엄마골퍼도 건재

▲왼쪽부터 안시현, 박인비, 최혜정. (KLPGA)

‘새색시 골퍼’ 박인비(26ㆍKB금융그룹)가 결혼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지난 2일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푸본 타이완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시즌 세 번째 우승이자 통산 12승째를 장식했다.

그러나 박인비의 결혼 전 11승보다 결혼 후 1승에 의미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결혼과 선수생활이라는 두 토끼 사냥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지난달 13일 경기 파주의 서원밸리 골프장 야외 웨딩홀에서 자신의 스윙코치 남기협(33)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LPGA투어에서 함께 뛰고 있는 박희영(27ㆍ하나금융그룹)은 “보기 좋다. 두 사람을 볼 때마다 ‘나도 빨리 (애인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LPGA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노리는 박인비의 투어 성적에 대해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여자프로골퍼에게 결혼은 은퇴 또는 부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김미현(37)은 지난 2008년 유도 금메달리스트 이원희(33)와 결혼 후 이렇다 할 성적 없이 2012년 필드를 떠났다. 박지은(35)은 2012년 결혼과 동시에 은퇴를 선언했다. LPGA투어 개척자 1세대 중에는 미혼인 박세리(37ㆍKDB산업은행)만이 고독하게 필드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박인비의 선전은 여자프로골퍼들의 ‘결혼=은퇴’라는 통념을 깨버렸다. 최근에는 박인비 외에도 주부 골퍼들의 ‘필드 나들이’가 부쩍 늘었다. 주부 골퍼 원조는 지난 2003년 프로야구선수 출신 손혁(41)과 결혼한 한희원(36)이다. 이들은 결혼 후에도 선수와 캐디로서 LPGA투어 무대를 함께 누비며 눈부신 기록을 남겼다.

안시현(30ㆍ골든블루)은 지난 2011년 방송인 마르코와 결혼 후 곧바로 은퇴했지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복귀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입증했다. 지난해 11월 결혼한 서희경(28ㆍ하이트진로)은 LPGA투어에서 활약 중이고, 최혜정(30ㆍ볼빅), 홍진주(31)는 국내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주부 골퍼들의 등장에 대회장 분위기도 바뀌었다. 지난 8월 강원 정선의 하이원리조트 골프장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오픈은 대회 기간 중 아이를 동반한 선수를 위해 하이원 컨벤션 호텔 내 아이전용놀이공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운동과 주부생활이라는 고된 일과에 지칠 법도 하지만 이들의 포부는 당당하다. 엄마 골퍼 최혜정은 “결혼 후 안정되고 편안해졌다. 나의 롤모델은 아이 셋을 두고도 활발하게 투어생활을 하는 줄리 잉스터다. 앞으론 몸 관리를 잘해서 성적도 끌어올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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