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격 실시된 LG카드의 e-모기지론 대출 신청 중단은 금융업계의 관행과 공기업인 주택금융공사의 위상과 일처리 능력, 그리고 우리나라 모기지론 제도의 미숙함이 한데 어우러져 터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MBS를 발행하는 모기지론은 우리나라 장기채 시장의 중요요소인데다 국민들의 집마련 대출 수단 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을 감안할 때 이같은 대출중단사태는 발생 자체 만으로도 고객들의 불편은 둘째치더라도 '전세계적인 웃음 꺼리'가 되기에 충분한 일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LG카드의 대출 중단사태는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아 발주기관인 주택금융공사도 '조속한 조치'만을 외칠 뿐 아무런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사태는 오래갈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
LG카드가 e-모기지론 대출 신청 중단을 결정한 것은 추석 연휴에 들어가기 직전인 지난 2일이다.
지난해 9월부터 모기지론 전담 대출기관이 된 LG카드는 1년인 계약기간이 오는 10월 27일로 해지될 예정이었던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계약해지를 앞두고 주택금융공사가 거듭해 모기지론 취급기관을 확대할 것이란 언급을 하면서 LG카드의 '비위'를 건드린 것도 이번 사태를 이끄는데 주력했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은 LG카드다. LG카드는 계약해지 기간이 완료되기 전인 지난 9월 부터 주택금융공사 측의 모기지론 취급기관 확대 방침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면서 이 문제를 놓고 협의를 벌여왔다.
이는 LG카드가 e-모기지론 판매에 있어 독점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하고자한데 따른 것이다.
LG카드가 e-모기지론을 취급하면서 받는 수수료율은 0.3%가량이며, 이 정도 수수료율로는 박리다매(薄利多賣) 형태의 영업이 아니면 수익을 얻기가 힘들다는게 LG카드측의 주장이다.
LG카드 관계자는 "e-모기지론을 취급하면서 회사가 얻는 수수료율은 매우 낮은 만큼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해 많이 파는 '박리다매'형태의 영업이 아니고선 수익을 얻기가 힘들다"며 "주택금융공사가 e-모기지론 취급기관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계속 제기해왔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아 모기지론 중단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LG카드는 e-모기지론을 취급한 석달동안 총 1806억원 어치의 e-모기지론을 판매했다. 단순 계산으로 약 5억40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챙긴 셈이다.
e-모기지론의 1일 판매건수가 30건이며, e-모기지론은 웹상에서 처리되는 만큼 인터넷 기반 구축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할 때 '저수익 업무'라는 LG카드의 주장이 억지는 아니라는 평을 받는다.
LG카드의 가장 큰 불만은 주택금융공사가 모기지론 발행 유일 공기관이란 독점적인 위치를 갖고 낮은 수수료율로 일선 금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LG카드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는 모기지론 대출 확대를 위해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해오면서 수익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마저 외면하고 있다"며 "공사의 독점적 위치를 무기로 금융기관에 대한 무리한 요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택금융공사측은 소위 '뒷통수를 맞았다'라는 입장이다. 주택금융공사는 LG카드와 e-모기지론 판매 계약을 할 때부터 취급기관 확대 방침을 밝혔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계약 당시부터 취급기관의 지속적인 확대 방침을 LG카드에 밝힌 바 있다"며 "취급기관을 확대하더라도 이는 은행, 증권사 등 다른 금융업권으로의 확대를 의미 한 것이며 카드사에 대해서는 LG카드의 독점적인 위치를 보장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LG카드의 이같은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게 업계의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금융공사는 어쨌든 LG카드를 사업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업무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LG카드는 이를 한 마디 통보도 없이 무너뜨린 것"이라며 "LG카드의 돌발적인 계약 파기 행위는 도의상 있을 수 없으며,상식적으로 납득하기도 어려운 '오기경영'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곽에서는 이번 LG카드의 돌발행위가 LG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신한금융지주의 압력에 의한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첨예한 문제 중 하나는 계약기간에 대한 주장이다. 지난해 LG카드와 주택금융공사는 모기지론 업무 협약에 대해 계약했다. 1년을 계약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계약기간 만료는 정확히 오는 10월 27일이 되지만 LG카드의 대출신정 중단은 이보다 3주나 빠른 10월 2일 단행됐다.
이를 놓고 LG카드가 계약기간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잇다. 주택금융공사는 계약기간을 위반했음을 주장하고 있지만 LG카드는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취급 계약기간은 10월 27일까지지만 이는 대출기간을 의미하는 만큼 10월10일부터 단행된 대출신청 중단은 절차상 하자가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LG카드 오기 경영, 주택금융공사 늑장 대응에 국민 불편 더 커져
주택금융공사가 당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같은 사태를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LG카드와 e-모기지론 취급기관 확대를 놓고 논란이 오갔지만 LG카드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막판 LG카드측과 협의를 해왔던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LG카드가 e-모기지론 취급기관 확대 방안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연적으로 LG카드가 이같은 계약의 일방 파기까지 단행할 만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당혹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주택금융공사의 빠르지 못한 대응도 이번 사태를 더 키운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사태가 LG카드의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갑작스럽게' 촉발된 것이라하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대출 중단까지 이어지게 된 것은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란게 업계의 이야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카드의 이같은 돌발행위를 예상 못했다하더라도 LG카드의 계약해지 수순이 절차에 맞는 만큼 e-모기지론 대출 중단 사태는 주택금융공사의 잘못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는 아직 대체 e-모기지론 취급기관의 윤곽도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상유례가 없을 e-모기지론 대출 중단 사태는 주택금융공사의 원활치 못한 대응으로 더 연장될 가능성까지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