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세 걸음과 한 걸음의 차이

입력 2014-11-07 17:1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류정하 동아에스티 해외사업부 해외영업전략팀장

“세 걸음과 한 걸음의 차이를 아세요?”라고 물었을 때 두 걸음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아마 아직 인생을 덜 살았거나 상상력과 감성이 부족한 사람일 겁니다. 세 걸음과 한 걸음은 물리적으로 두 걸음 차이지만, 심리적으로는 낯선 관계와 친밀한 관계를 구분하는 거리입니다.

누군가와 친밀한 관계가 돼 간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와의 간격을 좁히는 일입니다.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한 발짝 다가서면 서로 손을 맞잡고 악수할 수 있는 두 걸음 사이가 됩니다. 악수할 수 있는 두 걸음의 거리는 공식적인 관계입니다.

두 걸음의 거리에서 그가 나에게로 한 걸음 다가오거나 내가 다시 한 걸음 더 다가서면 서로 포옹할 수 있는 한 걸음 사이가 됩니다. 포옹할 수 있는 한 걸음의 거리는 친밀한 거리입니다. 그러나 두 걸음 사이에서 한 걸음 사이를 만드는 일은 참으로 힘이 듭니다. 내가 한 걸음 다가서면 너무 가까워 부담스럽다며 그가 뒤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 걸음의 간격에서 한 걸음 더 다가가면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 연인의 거리가 됩니다. 간격이 없는 연인의 거리에서는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보다 현재의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이 됩니다. 만약 둘 중의 누군가가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버리면 마주 보던 서로가 결국 등을 진 채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한 걸음 정도의 거리가 참 좋습니다. 서로 마주 보고 정답게 포옹할 수 있고, 마주 앉아서 차를 마시거나 술을 한 잔 할 수 있는, 너무 긴장되지도 않고 너무 편해서 소홀해지지도 않는 딱 한 걸음 정도의 거리 말입니다.

물론 무엇보다 좋은 것은 세 걸음이나 한 걸음이나 거리를 가리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아직 그런 사람이 되기는 멀었습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K-코인 신화 위믹스…신화와 허구 기로에 섰다 [위메이드 혁신의 민낯]
  • [르포]유주택자 대출 제한 첫 날, 한산한 창구 "은행별 대책 달라 복잡해"
  • 한국 축구대표팀, 오늘 오후 11시 월드컵 3차예선 오만전…중계 어디서?
  • 연세대 직관 패배…추석 연휴 결방 '최강야구' 강릉고 결과는?
  • 제도 시행 1년 가까워져 오는데…복수의결권 도입 기업 2곳뿐 [복수의결권 300일]
  • 불륜 고백→친권 포기서 작성까지…'이혼 예능' 범람의 진짜 문제 [이슈크래커]
  • 전기차 화재 후…75.6% "전기차 구매 망설여진다" [데이터클립]
  • “고금리 탓에 경기회복 지연”…전방위 압박받는 한은
  • 오늘의 상승종목

  • 09.0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7,415,000
    • +4.47%
    • 이더리움
    • 3,195,000
    • +2.57%
    • 비트코인 캐시
    • 435,600
    • +5.27%
    • 리플
    • 733
    • +2.52%
    • 솔라나
    • 181,900
    • +3.23%
    • 에이다
    • 467
    • +2.19%
    • 이오스
    • 669
    • +3.08%
    • 트론
    • 209
    • +0.48%
    • 스텔라루멘
    • 127
    • +4.1%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300
    • +3.49%
    • 체인링크
    • 14,290
    • +2.14%
    • 샌드박스
    • 345
    • +3.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