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외교ㆍ통상 장관급 회의에서 아시아ㆍ태평양 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에 대한 로드맵이 채택됐다고 8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틀간의 회의 끝에 장관들은 FTAAP 프로세스를 진전시켜 이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며 “만일 FTAAP가 구축되면 세계 경제와 무역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FTAAP 구상을 내놓았다. ‘베이징 로드맵’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문건은 오는 2016년까지 FTAAP 실현에 관한 공동 ‘전략연구’ 결과물을 도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FTAAP에 대한 점진적 접근,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정보교류 시스템 건립 등의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미국 반대에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고 분석했다. 당초 중국은 ‘타당성 조사’라는 문구를 넣고 싶어했으나 미국의 견제에 ‘전략요구’로 표현이 격화했다. 타당성 조사에는 FTAAP를 2025년까지 실현한다는 타결 목표 시한이나 이를 위한 실질적 협상 개시 일자 등이 들어가나 이것이 모두 빠지게 된 것이다.
미국은 FTAAP 논의가 자국이 주축이 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프로세스에 지장이 줄 것을 우려해 견제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TPP에는 중국이 배제돼 FTAAP와 TPP를 놓고 양국이 힘겨루기하는 모양새다. 미국도 FTAAP 아이디어를 지지하는 TPP가 메인 경제블록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베이징 로드맵은 오는 10~11일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에서 각중 정상들의 비준을 받을 예정이다.
한편 이번 장관급 회의에서는 국경을 초월해 반부패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내용의 ‘베이징 반부패 선언’도 채택됐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태 지역에서의 도피사범, 은닉자산에 대한 추적에 공조하는 등 반부패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외교 소식통들은 반부패 선언과 관련해 ‘APEC 반부패 당국ㆍ법집행기구 네트워크(Act-Net)가 구축돼 이 기구가 베이징에 설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부정부패 척결 운동을 강력히 펼치는 가운데 많은 중국 고위관리가 해외 재산도피 등의 행태를 저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