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바초프 “세계, 새로운 냉전 직전 상황” 경고

입력 2014-11-0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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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서구 ‘승리주의’에 도취”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식에서 세계가 새 냉전 직전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이 이날 베를린 장벽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성 앞에 서 있다. 베를린/AP뉴시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로 세계가 새로운 냉전 직전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세계가 새 냉전 직전에 있으며 일각에서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한다”고 강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그의 연설은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정부군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새로운 전투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고 FT는 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80여 대의 아무 표시도 돼 있지 않은 군사 차량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으로 이동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반군은 지난 9월 일시적인 정전에 합의했으나 다시 교전이 벌어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미국이 이끄는 서방국가들이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승리주의’에 도취했다”며 “이들은 러시아가 약해지고 견제세력이 없는 것을 틈타 세계에 대해 독점적 리더십과 지배를 추구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서방이 쌓아온 신뢰가 불과 수개월 만에 붕괴했다”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고위 인사들에 대한 개인적 제재를 해제하는 등의 조치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독일에 오기 전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대통령이 확실히 다른 누구보다 조국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며 푸틴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한편 베를린 장벽 붕괴 당시 프랑스 외무장관이었던 롤랑 뒤마도 이날 기념식 연설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우리가 잘 알던 냉전이 내일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발표한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 기념 성명에서 “유럽의 안전이 다시 한 번 위협받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행동은 다시 한번 유럽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음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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