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과잉공포증 우려]전문가들 “엔저공포 과잉” vs “엔저장기화 대책필요”

입력 2014-11-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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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엔환율이 지난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인 100엔당 940원대로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받게 될 영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현재 시점에서 엔저 공포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내년 중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엔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지금의 엔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너무 부정적인 측면만 보면 안 된다. 최근 엔화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았고 현재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엔저 부정적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우리나라 무역결제 통화는 80% 이상이 달러다. 사실 원·달러 환율 이 정도까지 오를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출업체들에 오히려 호재다.

기존에 수출 말고 엔화 부채를 가진 기업들이라면 지금 엔저 상황을 반길 수 있다. 일본으로부터 기계 등 수입을 많이 하니까 원·엔 환율 하락하면 수입단가 낮아지니까 투자를 확대할 계기가 될 것이다. 달러로 결제되는 수출품목이 많은 상황에서 결국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 주면 플러스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달러 가치가 오른다고 보면 달러를 수출 대금으로 받기 때문에 현 상황 즐길 수 있다.”

◇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현재는 엔저 우려가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엔저가 조금씩 더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일본은행(BOJ)도 추가적인 양적완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가격을 내리지 않았던 일본 기업들이 수출 단가 내리는 것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수출 품목이 많아 가격 경쟁력 하락이 현실화될 것이다.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상쇄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달러 강세로 인한 자국 통화 약세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달러만 단독으로 강세가 나타나고 다른 주요국들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절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 수출이 많은데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품목이 많다. 달러강세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은 5곳 중 1곳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수석연구위원=“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 투자를 안 하던 일본 기업이 그간 유보했던 자금을 이용해 갑자기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아베 정권이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많이 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업환경을 만들겠다고 한다. 일본 기업은 대내외적으로 좋은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반면, 우리는 구조조정도 해야 하고, 엔저에 맞서 경쟁도 해야 하는데다 국내적으로는 반기업 정서도 확산하고 있다. 우리 기업의 대외 경쟁 측면에서 굉장히 취약한 구조다. 한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에 있다 보니 엔화 가치 하락에 알레르기적인 반응을 보이는 듯하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 유진투자증권 박석현 연구위원=“일본의 공격적 정책으로 한국의 통화 및 외환정책은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딜레마에 봉착한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엔화가치 급락에 대한 정책대응으로 엔화가치와 원화가치의 연동정책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에 비해 원화가치 하락이 두드러지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곧 1100원선을 돌파할 전망이다. 하지만 원화가 엔화가치 급락만큼을 따라가기는 역부족이고 원·엔 환율 낙폭이 상대적으로 줄더라도 방향성은 지속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원·달러 환율이 향후 상당폭 뛰어올라갈 가능성이 커 국내 자산에 대한 글로벌 유동성 이탈을 자극할 수 있고 또 원·엔환율 하락 지속에 대한 우려도 지속하는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 지난주 외국인은 아시아 증시에서 유독 국내증시에 대한 매도가 두드러졌다. 이번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환율정책에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상황이다.”

◇ 건국대학교 오정근 특임교수=”국내에서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한일관계 악화로 저평가된 것이다. 일본의 정책을 보면, 엔저는 향후 2~3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슈퍼달러 현상도 2~3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은 800원대 중반까지 갈 것이고 심하면 800원대 초반까지 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단기적 대응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환율 문제인 만큼 외환건전성, 외환 유출입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수출 대기업의 피해 상황을 점검해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일본 학자들을 만나보면 한국에 대해 일본을 욕하지 말고 대책을 강구하라고 한다. 엔저에 대한 국제공조, 금융외교도 필요하다. 주요 20개국(G20)회의나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과 협력해서 공동으로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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