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엽의 시선] 팬이 만드는 프로야구 구단

입력 2014-11-1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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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0일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간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시작으로 올시즌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의 막이 올랐다. 올시즌 왕중왕을 가리는 가을야구가 시작된 것.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마친 포스트시즌은 현재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이다. 정규시즌 1위 삼성 라이온즈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넥센 히어로즈가 2승 2패로 동률을 이룬 가운데 승부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이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재개된다.

하지만 올시즌 가을야구는 한국시리즈 진출팀에게로 쏠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면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들은 자연스럽게 코칭스태프 물갈이나 선수단 정리작업 혹은 마무리 캠프 등을 실시한다. 올시즌은 이례적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5개팀 감독이 모두 교체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특히 몇몇 감독 교체 과정에서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양산하며 포스트시즌 경기 이상의 관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프런트의 퇴진을 요구하는 팬들이 삭발을 감행하는 등 단체행동을 불사했다. 한화 이글스는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요구하는 팬들의 목소리에 결국 야인 김성근 감독을 3년 만에 프로야구판으로 복귀시키기에 이르렀다. KIA 타이거즈는 선동열 감독과 재계약했지만 팬들의 강력한 반대 여론으로 선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결국 김기태 감독이 부임했다.

그간 프로야구단을 소유한 기업은 구단을 기업 홍보수단 정도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프런트가 현장에 관여하고 선수단을 구단의 소유물 정도로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롯데는 9구단 NC다이노스가 창원마산으로 연고지를 결정하자 “대기업이 아니면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 “프로야구의 질적인 저하를 초래할 것” 등과 같은 이유로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NC는 정규시즌 3위를 차지하며 1군리그 편입 두 시즌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존 구단들의 분발을 자극함으로써 질적 저하가 아닌 질적 상승을 이끌었다. 또한 모기업 없는 유일한 프로야구단 넥센은 지난 시즌에 이어 두 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올시즌에는 내친 김에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우승의 꿈을 키우고 있다. 기존 구단으로서는 대기업 논리나 질적 저하를 운운할 명분이 사라진 올 시즌이다.

팀을 소유한 구단으로서는 그간 구단을 단순한 모기업 홍보수단으로 여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독단적으로 팀을 운영하면 그 이상의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물론 구단이 팬의 목소리에 좌지우지돼 주관없이 팀을 운영할 수는 없다. 하지만 프로야구 역사가 30년을 넘어서면서 팬들의 눈높이는 이전과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주관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는 것과 독단적이고 비상식적으로 팀을 운영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의 소양은 갖추고 있다. 구단을 모기업의 진정한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구단 프런트의 눈높이도 팬들만큼 함께 높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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