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 오전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을 선언할 수 있었 데는 두 정상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돈독한 친분관계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05년 첫 만남을 가진 이후 9년간 남다른 인연을 유지해온 두 정상은 양국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정상 차원의 소통과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결정적 돌파구를 마련해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두 정상은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한중 FTA 협상팀이 협상을 조속히 다음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도록 노력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그 결과 당시 1단계 협상에서 맴돌던 FTA는 이러한 문구가 공동성명에 적시된 지 3개월 만인 같은해 9월 7차 협상에서 ‘품목수 90%, 수입액 85% 개방에 합의’ 내용을 골자로 1단계 협상을 마무리했다.
2단계로 넘어간 양국 협상이 지지부진했을 때도 두 정상은 협상 진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바로 지난 7월 초 시 주석의 국빈 방한 때였다.
당시 양국의 FTA 협상은 2단계로 넘어가 4차례 협상이 진행된 상태였지만 우리나라는 농업 부문을 최대한 보호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중국의 경우 석유화학이나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에서 민감한 입장을 취하면서 이견을 보였다.
하지만 두 정상은 정상회담 결과 공동성명에서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중 FTA를 체결하기 위한 협상의 진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연말까지 협상을 타결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합의했다.
실무진 선에서 문제 해결이 난망했지만 정상간 만남에서 주요 쟁점의 입장 차이가 크게 좁혀지면서 FTA 연내 타결 가능성을 높인 셈이다.
두 정상이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게 된 것도 이날 열린 한중정상회담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양국은 지난 6일부터 14차 협상을 진행했고, 협상 수석대표를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빅딜’을 시도했지만, 공산품·농수산물의 개방 범위와 수위, 원산지 규정 등 마지막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특히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밤샘 협상을 하고도 쟁점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양국 협상팀은 이날 오전 정상회담을 2시간여 앞두고 최종 협상을 진행, 마지막 남은 쟁점을 놓고 합의를 도출해 냈고, 결국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