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형사보상금 늦게 지급한 경우 지연이자까지 지급해야"…첫 판결

입력 2014-11-1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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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과거사 재심사건 등에서 무죄 판결을 확정받은 사람들에게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한 경우 이자까지 함께 줘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현행 형사보상법에는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지만 당사자가 검찰청에 보상금 지급 청구서를 제출한 다음 날로부터 지연이자가 발생한다고 판단한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단독 이진화 판사는 오모(73)씨 등 2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지연이자 청구소송에서 "오씨 등에게 총 4천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오씨 등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이나 긴급조치 위반 사건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법원에서 형사보상금 인용 결정을 받은 뒤 국가에 지급을 청구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구속 기간에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형사보상금은 관련법에 따라 청구한 지 10일 이내에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오씨 등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몇 달이 지난 뒤에야 돈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국가가 형사보상금을 늦게 지급한 만큼 지연손해금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는 "형사보상법에는 이자 지급과 관련해 아무런 규정이 없고, 형사보상신청 사건이 폭증하고 있어 국가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보상금을 늦게 지급했다면 국가에 지연이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발생한다"며 "형사보상법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지연이자 청구권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법원이 형사보상청구 인용 결정을 하면 국가는 피고인에 대해 구체적인 금전지급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며 "국가가 예산편성의 어려움을 들어 지연이자 지급의무를 면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재판부는 오씨 등에게는 1심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 379조에서 정한 법정이자인 연 5%의 이자를, 판결 다음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20%의 이자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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