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앉은 이주열·구로다 어떤 속내 나눌까

입력 2014-11-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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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우려 속 日 양적완화 속도 힌트 얻을지…관심악화된 한·일 관계와 번외로 잦은 교류제의 가능성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왼쪽),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통화정책 수장들의 모임에서 나란히 앉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어떤 속내를 나눴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최근 일본의 ‘깜짝’ 추가 양적완화로 수출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구로다 총재에게 이 총재가 일본의 양적완화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힌트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한국시각으로 지난 10일 오후 5시 반에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총재회의’본회의에 참석했다. BIS는 가장 대표적인 중앙은행 협력체다. 주요 20개국(G20),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의 회의가 각국의 정상이나 재무장관 등 정부측 관료들과 함께 논의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BIS 총재회의는 중앙은행 수장들만이 머리를 맞댄다. 또 관례적으로 참석자, 내용 등 일체가 비공개로 진행됨에 따라 더욱 긴밀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한국(Korea)과 일본(Japan) 총재는 알파벳 순서상 BIS 회의장 둥근 탁자에 나란히 앉는다. 이 총재도 지난 7일 엔화 약세 우려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BIS 총재회의에서 구로다 총재 옆자리에 앉는다”며 “회의에 다녀오고 나서 오는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상황을)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 이 총재는 이번 BIS 회의에서 구로다 총재에게 질문할 것이 많다. BIS 회의는 일년에 통상 6~7회로 자주 열리지만 구로다 총재가 지난 10월 말 시장의 예상을 깨고 2차 추가 양적완화를 발표한 후 처음 열리는 회의이기 때문이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방위적인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악화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이번 구로다 총재와의 만남에서 우선적으로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의 대략적 시계와 정도를 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저에 대응할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이 총재에게는 구로다 총재의 ‘귀띔’이 절실하다. 구로다 총재는 최근 “물가안정 목표의 조기 실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추가적인 금융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엔저의 영향권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는 명목으로 이 총재가 총대를 메고 구로다 총재에게 일본의 양적완화가 근린궁핍화(자국 경제를 위해 이웃 나라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은 및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내정간섭에 속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미국과 IMF의 지지까지 확보했다.

다만 구로다 총재가 근린궁핍화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일부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통화정책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박근혜 정부 들어 한번도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악화된 한·일 관계와는 번외로 ‘아쉬운’ 입장인 이 총재가 구로다 총재에게 잦은 교류와 만남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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