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는 결국 비운의 아이콘인가 [오상민의 스포츠 인물사]

입력 2014-11-12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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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티샷한다. (KLPGA)

한국 스포츠사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명장면이 있다. 수많은 명장면 속에서도 유난히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사건은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아닐까. 1998년 7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에서 연장 혈투 끝에 드라마틱한 우승을 차지한 박세리(37ㆍKDB산은금융)가 주인공이다.

한편의 드라마였다. 당시 박세리의 우승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로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이라는 메시지로 다가왔다.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었기에 기쁨과 환희는 더했다. 그날은 ‘골프 강국 코리아’가 용트림한 날이었다.

1997년 LPGA 프로테스트를 1위로 통과한 박세리는 이듬해인 1998년부터 본격적인 승 수 쌓기를 시작했다. 특히 박세리는 US여자오픈(1998), 브리시티 여자오픈(2001), LPGA 챔피언십(1998ㆍ2002ㆍ2006) 등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뒀다.

그의 골프인생 클라이맥스는 2004년이었다. 미켈롭울트라오픈 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조건을 충족시켰고, LPGA투어 10년째인 2007년에는 명예의 전당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박세리의 ‘맨발 투혼’은 김미현(37), 박지은(35), 한희원(36), 장정(34) 등 LPGA투어 진출 1세대 선수들의 우승 릴레이로 이어졌고, 지금의 박인비(26ㆍKB금융그룹), 신지애(26), 김인경(26ㆍ하나금융그룹), 최나연(27ㆍSK텔레콤), 유소연(24ㆍ하나융그룹) 등 ‘세리 키즈’의 밑거름이 됐다. 무엇보다 국내 골프 붐의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박세리는 단 한 번도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적이 없는 무관의 여왕이기도 하다. 박세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는 애니카 소렌스탐(44ㆍ스웨덴ㆍ은퇴), 캡리 웹(40ㆍ호주)이 당대 최고의 골프영웅으로 군림하던 때다.

박세리는 1998년 메이저 대회 2승(LPGA 챔피언십ㆍUS여자오픈) 포함 4승을 차지하며 신인왕을 달성했고, 2001년과 2002년에는 각각 5승을 쓸어담았지만 상금왕은 전부 소렌스탐에게 빼앗겼다. 그에게 유일한 타이틀이 있다면 2003년 베어트로피(최저타수)다.

지난해 메이저 대회 3연승을 기록하며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휩쓴 박인비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내년이면 그의 나이도 서른여덟이다. 함께 LPGA투어를 호령하던 1세대 선수들은 전부 필드를 떠났다. 그러나 박세리가 필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목표 때문이다.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출전이다.

앞으로 나비스코 챔피언십이나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그렇다고 평생 그랜드슬램만 바라보며 선수생활을 연장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재로써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열리는 2016년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골프사를 송두리째 뒤흔든 박세리가 결국 비운의 아이콘으로 기록될지 아니면 희대의 영웅으로 남을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박세리의 인생 드라마가 궁금증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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