졔약업계는 최근 1~2년 사이에 40대의 2,3세들이 경영전반에 나서고 있다.
제약업계 오너 2,3세들은 평균 20대에 회사에 입사해 30대에 임원으로 등극한 후 40대에는 대표이사 사장이나 부회장등 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2세 경영체제를 다지고 있다.
때론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협화음도 일어나 제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동아제약, 2세 경영 승계과정에서 불협화음
얼마 전 강신호(79) 동아제약 회장은 전 부인 박정재(78) 여사와 합의 이혼했다.
박 여사가 지난해 8월 강 회장의 ‘사생활’을 문제삼아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최근 서울가정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을 두 사람이 받아들이면서 끝이 났다.
법원의 조정안은 강 회장이 박 여사에게 올해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위자료 형식으로 약 53억원의 현금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사실 이번 ‘황혼 이혼’은 강 회장의 ‘사생활’보다는 동아제약의 경영권 다툼이 원인이란 것이 재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강 회장의 다섯 아들 중 박 여사의 친자는 장남 강의석(53)씨와 차남 강문석(45) 수석무역 부회장이다. 장남은 건강상 문제로 처음부터 경영에 참가하지 않았다.
반면 둘째인 강문석 부회장은 한때 동아제약의 부회장에 올라 차세대 경영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산업공학 석사와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을 정도로 제약업계에서는 보기 드문 ‘인재’로 알려져 있다.
강문석 부회장은 지난 87년 동아제약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기획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강 부회장은 2004년 12월 초 갑자기 동아제약 대표이사를 박탈당했고, 나중엔 이사진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퇴진 당했다. 나중엔 회사에서 지급하는 자동차까지 빼앗겼다.
강 부회장은 동아제약의 전국 영업현장을 직접 챙기며 강 회장에게 ‘석고대죄’를 했지만 강신호 회장의 마음은 차갑게 굳은지 오래였다.
이를 두고 당시 재계에서는 부친 강신호 회장과의 갈등설이 불거졌었다. 부자간의 갈등의 표면상 이유는 박카스의 매출 부진에 따른 문책이었다. 하지만 제약업계에서는 당시 신구 세력간의 갈등에서 나온 희생양이 강 대표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동아제약은 22년 동안 강 회장-손정삼 사장(작고)-유충식 부회장의 3각 경영체제를 유지해왔다. 이틈을 강문석 대표가 비집고 들어가지 못했고, 결국 입지가 흔들려 설자리를 잃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었다.
당시 강신호 회장은 아들보다는 가신들의 손을 들어주었고 결국 강문석 대표는 회사를 떠났다.
강신호 회장도 강 부회장의 이복동생인 강정석(41) 전무에게 마음이 돌아섰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실제로 지금 동아제약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강 회장의 아들은 강 전무가 유일하다. 그는 현재 동아제약의 실세 요직인 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강문석 부회장은 지난해 동아제약 계열사인 수입양주 및 와인 유통업체인 수석무역에 복귀해 강신호 회장과 동아제약의 지분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것이 밝혀지면서 경영권 분쟁에까지 휘말린 상태다.
현재 동아제약에 대해 강신호 회장과 우호세력의 지분을 합치면 15.10%(자사주 제외하면 6.95%)이고 강문석 부회장 및 우호세력의 지분은 8.61%로 어느 한쪽도 완벽하게 경영권을 확보했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동아제약의 사례는 제약업계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친의 낙점을 받은 자식만이 경영능력과는 상관없이 훗날 경영권을 승계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보수적인’ 제약업계의 분위기를 이어갔다는 판단에서다.
◆ 종근당, 2세체제 순항...신약개발 박차
물론 제약업계가 경영권승계과정에서 동아제약의 예처럼 불협화음만 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2, 3세 경영인들은 학창시절부터 경영권 승계를 목표로 엄격한 훈련을 받은 후 대부분 학업을 마치고 별탈없이 경영에 참가하고 있다.
특히 2, 3세 경영인들은 핵심적 업무를 단기간에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부서를 순회하면서 경영 감각을 익혀 부친의 이룬 성과에 버금가는 경영실적을 올리는 예도 적지 않다.
2세경영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50대이지만 40대에 이미 경영에 참가했기 때문에 제약업계에서는 젊은 피의 원조격이다.
이장한 회장은 선친인 고 이종근 창업회장이 지난 1941년에 설립한 종근당을 이어받아 보수적인 제약업계의 개혁의 바람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는 경영권을 승계받자마자 신약개발과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글로벌 제약회장의 오지널 약을 복제한 ‘카피약’이 주류였던 국내 제약업계에 막대한 비용이 투여되는 신약개발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장한 회장의 주도로 94년부터 150억 R&D 투자로 캄토테신계 항암제 '캄토벨주'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원료생산부터 전공정을 국내기술로 이루어진 면역억제제 '사이폴엔'으로 미국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한양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 회장은 80년대 미 미주리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80년대 중반 안성유리공업 상무, 한국 로슈 상무를 거쳐 지난 1993년부터 종근당에 합류했다. 40대중반이었던 1994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으로 10년넘게 종근당을 이끌고 있다.
사실 이장한 회장도 종근당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작지 않은 마찰을 겪어야 했다. 종근당 창업주인 이종근 회장에게는 장남인 이장한 회장외에도 차남인 이덕한씨가 있었다. 이씨는 한때 종근당의 후계자로 알려질 정도로 이종근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 1993년 이종근 회장 사망이후 종근당의 경영권은 장님인 이장한 현 종근당 회장에게 넘어갔고, 이 사장은 이에 반발 소송을 제기하는 등 재산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이들 형제간의 재산분쟁은 가업인 종근당의 경영권은 형 이장한 회장이 맡고, 이종근 회장이 남긴 현금과 부동산은 동생인 이덕한 사장이 물려받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그 후 이들 형제는 행사나 친목 모임에서 만날 때는 인사를 나누지만, 아직도 가족모임에는 만나는 것은 꺼릴 정도로 서먹서먹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는 현재 청소년 대상 잡자인 신디더퍼키, 여성지 사비를 발행하는 피앤씨미디어와 이미지 센처칩 제조업체인 플래닛82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플래닛82는 1992년 전기변환장치 생산업체인 '유경전자'로 출발했으며, '시그마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2001년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2002년 8월 피앤씨미디어의 최대주주인 이덕한씨에게 경영권을 매각한 뒤 영업양수를 통해 피앤씨미디어의 잡지 사업을 넘겨받기도 했다.
이씨는 코스닥기업인 당시 시그마텔레콤을 인수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피앤씨미디어를 우회상장시키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과거 시그마텔레콤의 최대주주와 법정싸움까지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 대원제약, 대웅제약, 보령제약 등 40대 2세 경영 안착 줄이어
올해로 48세가 되는 백승호 대원제약 사장도 40대의 2세경영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창업주이자 부친인 백부현 부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82년 상무로 회사에 합류했다. 10년이 넘는 경영수업을 쌓고 지난 95년부터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백 사장은 사업 확장과 연구 분야의 투자를 위해 제휴에 적극적이다. 2000년에는 미국 앤티캔서사, 메타비아오사와 각각 합작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일본 시세이도메디컬사와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여 고기능성 헬스케어 제품을 국내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일본 산쿄사와 공동으로 개발 중인 골 관절염 치료제 'DW-330(제품명 루비원)'는 올해 임상 3상을 완료하고 내년 7~8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면내시경에 사용되는 정맥마취제 '아쿠아폴'은 2003년 임상 3상을 완료했으며 내년 하반기 국내외에 동시 발매될 예정이다.
백 사장은 사무실보다 현장이 더 편한 CEO다. 업무시간의 상당 부분을 전국 14개 영업지점 및 직접 거래처를 방문하는 등 현장에서 보내고 있다. 이는 생생한 현장의 상황을 바로 기업경영에 반영하려는 의도에서다. 물론 문제발생 시 최고경영자 스스로 상황 파악을 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구상하는 데, 무엇보다도 현장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반영됐기 때문.
백 사장이 현장을 방문할 때 각 영업장은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는다. 생생한 현장정보를 기업경영에 우선 반영하기 위해선 일선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을 ‘종업원 사기진작’에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원제약엔 노조가 없다. 백 사장이 직원들의 자율성을 크게 보장해 주고 회사 자체가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한 몫을 했다. 굳이 노조를 만들어 의견을 관철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국내 제약기업의 대표적인 40대의 2세 경영그룹으론 지난 54년 연합약품으로 출범한 한독약품의 김영진 부회장(49),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출신의 특이한 이력을 가진 대웅제약의 윤재승 사장(42), 국내 제약업계 2세 경영인으로는 유일한 홍일점으로 주목받고 있는 보령제약의 김은선 부회장(47), 대신증권의 증권맨 출신의 안국양품 어진 사장(41), 창업주인 이선규 회장의 3남인 동성제약 이양구 사장(40) 등 이 손꼽힌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2세경영자는 보령제약의 김은선 부회장이다.
제약계 여걸의 대표주자는 김은선 보령제약 부회장(48). 창업주인 김승호 회장의 장녀인 김 부회장은 82년에 보령제약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2000년 회장실 사장을 거쳐 경영수업을 쌓은 뒤 2001년 부회장직에 올랐다.
김 회장은 김 회장은 2003년 10월 1일 창업기념식 때 경영을 김 부회장에게 넘긴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미 2001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해 최종결재권을 갖고 그룹을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이 업무를 꼼꼼히 챙기며 진두지휘하는 스타일이라면 김 부회장은 전문 경영인의 책임과 자율 경영을 강조한다. 여성다운 부드러움과 꼼꼼함으로 부친을 보좌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들이 없고 딸만 넷을 둔 딸부자인 김승호 회장 넷째딸인 김은정 보령메디앙스 상무(37)가 2005년 1월전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전무는 보령메디앙스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또한 동화약품, 동아제약, 중외제약, 삼성제약의 경우 3세 체제를 맞이하고 있으며, 건일제약, 삼아약품, 광동제약, 동구제약, 고려제약, 한림제약, 동국제약 등이 30대 젊은 층으로 포진해 있다.
실제로 광동제약의 최성원 부사장은 23살, 중외제약 이경하 사장, 보령제약 김은선 부회장, 삼성제약 김원규 사장은 모두 24살의 이른 나이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닦았다.
현재 제약업계의 2, 3세 경영 바람은 재계의 다른 업계와 달리 다소 늦는 감은 있지만 행보는 매우 빠른 편이다. 특히 의약품 시장 개방을 가져올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따른 다국적 제약사들의 국내 진출 강화와 시장 잠식으로 경영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엔진(신약이나 개량 신약 등)을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2세경영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종근당 이장한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