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애끊는’ 일 이젠 제발 그만…

입력 2014-11-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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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교열기자

‘단장(斷腸)의 아픔’이란 말이 있다. 중국 진나라의 장군 환온이 촉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배를 타고 이동하던 중 양자강 중류의 협곡인 삼협을 통과할 때였다. 환온의 부하가 절벽 덩굴 줄기에 매달려 장난치고 있는 새끼 원숭이를 사로잡았다. 이를 알아챈 어미 원숭이는 슬피 울며 뱃길을 따라 험준한 수백 리 길을 계속 따라왔다. 이윽고 배가 강기슭에 닿자 어미 원숭이는 죽을힘을 다해 배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탈진한 나머지 숨을 헐떡이다 이내 죽고 말았다. 환온이 어미 원숭이가 죽은 이유가 궁금해 배를 갈라 보게 했더니 놀랍게도 어미의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 새끼 잃은 슬픔으로 창자가 다 끊어지고 녹은 것이다. 죽어가는 자식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심정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다 똑같다. 애간장이 끊어지고 녹는 아픔이다. 오죽하면 자식은 산에 묻지 않고 평생 가슴에 묻는다고 할까.

정부가 세월호 참사 209일 만인 11일 실종자 수중 수색작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295번째 희생자를 마지막으로 실종자 수색을 끝낸 것이다. 단원고 교사 2명, 학생 4명, 일반인 3명이 컴컴한 바닷속에 남겨졌다. 잠수사들의 안전을 생각해 수색작업 중단에 동의한 실종자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참사 이후 장이 수십 토막 끊어지고 녹아 내린 시간이었으리라. 가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은 그들 가슴속에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비통한 기사를 다룬 몇몇 방송, 언론의 잘못된 표현에 부아가 치민다. 수색작업 중단에 동의한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을 고작 ‘애끓는 결단’, ‘애끓는 절규’ 등으로 표현했다. 생때같은 가족을 잃고 애를 ‘끓이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애끓는’이 아니라 ‘애끊는’이라고 표현해야 했다.

‘애끓다’와 ‘애끊다’는 쓰임이 다르다. 생긴 게 비슷해 헷갈려 하는 이들이 많은데 꼭 구분해 써야 한다. 단어 구조를 찬찬히 살펴보면 어려울 것도 없다. 창자, 쓸개의 옛말 ‘애’에 ‘끓다’와 ‘끊다’가 결합해 이뤄진 말이다. ‘끓다’는 액체가 몹시 뜨거워져서 소리를 내면서 거품이 솟아오르다란 의미다. 따라서 애끓다는 속이 부글부글 끓을 만큼 답답하거나 안타까운 상황을 나타낼 때 적절한 표현이다. 애간장을 태우다와 뜻이 통한다. 그리고 ‘끊다’는 실, 줄, 끈 따위의 이어진 것을 잘라 따로 떨어지게 한다는 뜻의 단어다. 장기를 칼로 베어 내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그러니 애끊다는 몹시 슬퍼 창자가 끊어질 지경으로 이해하면 된다.

애에 대해 좀더 알고 가자. 사람의 ‘애’는 ‘창자’인데 생선은 ‘간’을 뜻한다. 톡 쏘는 독특한 맛에 코가 뻥 뚫리는 홍어애탕이 대표적이다. 어린 새끼 돼지 또는 고기로 먹을 어린 돼지를 뜻하는 애저의 ‘애’는 장기와는 관계가 없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자식의 주검을 찾은 사람이 부러웠다며 울음을 토해냈다. 고통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할 수 있는 말이다. 정부는 부모의 심정으로 선체 인양 과정에서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찾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사고 원인을 밝혀 줄 선체를 훼손 없이 인양해야 할 것이다. ‘사고공화국’에서 살아가려니 애끊는 사람들의 모습에 애끓는 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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