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수은)의 직원이 금품을 받고 모뉴엘에 거액의 신용대출을 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수은은 모뉴엘에 히든챔피언이란 타이틀을 부여한 데 이어 여신 전체를 담보 없이 100% 신용만 믿고 빌려준 만큼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과 금융당국이 모뉴엘과 수은 대출 담당 직원의 계좌 등을 조사한 결과 이들 직원 사이에 억대의 자금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모뉴엘의 6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이 회사에 대출보증서를 발급한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해당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만큼 수은 직원도 연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뉴엘의 경우 조금만 들여다보면 의심할 수 있는 분식 재무제표로 은행권 대출을 받았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선 모뉴엘과 수은 직원 간 금품이 오고 가지 않았다면 거액의 신용대출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은의 모뉴엘에 대한 대출 잔액은 총 1135억원으로 가장 많다. 수은은 일부라도 담보를 잡은 다른 은행과 달리 전액 신용대출을 해준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모뉴엘이 은행 여신을 크게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인 수은의 히든챔피언 선정도 부실하게 운영됐을 것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히든챔피언은 ‘수출 3억 달러 이상이고 세계시장 5위 이내’이거나 ‘매출 1조원 이상이고 수출 비중이 50% 이상’인 글로벌 중견기업을 가리킨다. 히든챔피언으로 인증되면 수은으로부터 다양한 여신 혜택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 다른 시중은행들에도 상당한 신뢰를 얻게 된다.
금융당국은 수은이 모뉴엘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인증 작업 등에 있어 부실은 없었는지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