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스포츠산업 새 패러다임 고민할 때

입력 2014-11-1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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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회는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 사회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신규산업들이 등장하게 됐다. 소비자들의 소비형태 역시 소득수준의 향상과 여가를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발전돼 왔고,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스포츠산업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시대적 조류였다.

그동안 스포츠산업은 뚜렷한 비전에 근거한 발전보다 우리 사회의 시대상을 반영하며 자연스레 변화해왔다는 설명이 적합하다. 국가주도의 수출 지향적 성장이 주류였던 70년대 국내 스포츠산업은 스포츠의류·신발 등을 생산하는 것을 의미했으며, 80년대 초 프로스포츠가 등장하면서 산업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후 엘리트스포츠를 중심으로 하는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통해 스포츠산업의 현대적 개념이 발달하기 시작했다. 각종 세계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이 호성적을 거두고, 메가스포츠 이벤트의 국내 개최를 연이어 성공시킴으로써 스포츠의 대중화와 함께 스포츠를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그리고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스포츠산업은 스포츠의 대중화나 스포츠의 대중화를 촉진시키는 기반산업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스포츠의 대중화란 스포츠가 대중에게 보급되고 활성화되는 과정과 결과다. 이는 소수에서 다수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대중과 그들의 소비·문화의 거대화·체계화를 고려할 때 자연스레 산업화를 의미한다.

산업화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비즈니스화나 상업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사회에 전방위적인 영향력을 미친 근본적인 변화의 시발점이자, 시스템들의 선진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엘빈 토플러(1989)가 주장한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우리사회가 농업사회를 거쳐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을 가능케 했던 혁신적 변화의 시발점이었다. 따라서 특정 분야의 대중화란, 그것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소비층의 대중화와, 이러한 소비층들을 둘러싼 제도·시스템의 선진화를 통한 산업화를 의미한다.

스포츠의 산업화란 단순히 상업적 관점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이 판매하는 개념이 아니다. 산업화의 핵심은 소비자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즉, 상업화가 공급자 중심의 가치관이라면, 산업화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공급자와 소비자가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가치관일 것이다. 굳이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프로슈머를 언급하지 않아도,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매우 타당한 이성적 추론일 것이다. 따라서 스포츠산업의 가장 큰 특징은 스포츠를 향유하는 소비자로서의 대중의 부각과, 이들에 의해 견인되는 산업의 발전이다.

스포츠산업의 또 다른 특징은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적 결정체라는 점이다. 스포츠산업 분류법에 따르면 스포츠산업은 총 45개의 하위분야로 구성돼 있을 만큼 산업의 다양성과 이질성이 매우 크다. 동시에 각각의 하위분야가 통합돼 스포츠산업을 구성할 만큼, 분야 간 의존도가 매우 높다. 또한 ICT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첨단산업이자, 정부가 과거 정책적으로 육성했던 용품업과 같은 전통적 산업이기도 하다. 따라서 스포츠산업은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독특한 산업이며, 공급자 중심의 산업이자 소비자 중심의 ‘착한 산업’이다. 그러므로 스포츠산업의 핵심인 스포츠는 공공재이면서 산업재라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상을 요약하면, 스포츠산업은 스포츠를 매개체로 산업화되는 매우 다양한 현상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공급자 중심의 톱 다운(top-down)식 접근이나, 판매 증진을 위한 단기적 처방식의 상업화 방안과는 큰 차이를 갖는다. 오히려 그동안 소외받고 주목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소비자들에 의해 발전해나가고, 소비자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새로운 산업이다. 뿐만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제고, 의료비 감소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왔던 공공재이자, 그 자체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면서 다양한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끊임없이 신사업을 창출시키는 새로운 동력으로서의 산업재이기도 하다. 공공재이자 산업재로서의 스포츠산업의 역할과 개념, 효율적인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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