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술렁이는 대기업]불황에 빨라진 인력재편… 분위기 바꿔 위기 넘는다

입력 2014-11-17 11:14 수정 2014-11-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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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부진 기업 조기인사 잇따라

올해 경제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환율 급변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게다가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기 인사를 평년보다 앞당기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기 인사를 명목으로 인력 재배치, 임원 인사 구조조정 등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경제계가 보이는 이러한 변화에서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한 곳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중공업그룹이다.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에만 1조934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2분기 1조1037억원의 영업적자를 더해 3분기 누적 적자만 3조2272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임원 감축이 없었던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인사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을 살리기 위한 구원투수로 지난 10월 말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이 취임했다. 권오갑 사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복심’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이와 함께 지난달 중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30%를 감축하는 등 고강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조선 3사 262명의 임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81명을 과감히 정리했다.

현대중공업은 “어려움에 부닥친 회사에 변화를 주고 체질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조기 인사를 단행했다”며 “조직을 슬림화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이에 맞는 인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철강업계를 대표하는 포스코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정기 인사 일정을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매년 2~3월 정기주주총회 때 정기 인사를 했으나 오는 12월 말로 일정을 앞당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산업의 불황과 글로벌 저성장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87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최악으로 평가된 작년 3분기보다는 늘었다. 하지만 좀체 1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조기 정기 인사는 올해 3월 회장으로 취임한 권오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취임 후 줄곧 사업구조 개편과 주요 계열사 CEO 교체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대우백화점과 베트남 다이몬드 플라자를 매각하고 포스코플랜텍의 조선·해양사업부는 수주를 중단했다. 권 회장 취임 후 포스코 실적이 개선 중에 있으나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도 있어 이번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공룡 롯데그룹 역시 매년 2월에 실시했던 정기 인사 일정을 올해는 두 달가량 앞당긴다는 방침을 정했다. 롯데그룹은 이를 위해 우선 매년 11월에 진행한 과장 승진 자격시험을 올해 처음으로 10월에 치렀다. 정기인사로 어수선한 연말 분위기를 다잡아 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 경기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롯데그룹은 올해 유난히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준 사건들이 많았다. 올해 초에는 롯데카드에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져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또 4월에는 롯데홈쇼핑에서 납품 비리가 터졌고 이 문제는 ‘갑질’ 논란으로 확산됐다. 특히 롯데홈쇼핑 납품 비리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가 연루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스캔들이라는 오명을 낳기도 했다.

또 제2롯데월드는 안전성 논란에 휘말리며 예정보다 5개월이나 늦게 개장했음에도 바닥 균열, 천장 균열 논란에 이어 최근 엘리베이터 사고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롯데그룹의 앞당겨진 이번 정기 인사는 각종 사건·사고 등 어수선한 분위기를 새해로 넘기지 않고 정리해 내년 1월부터 그룹의 각종 사업을 신속하고 빈틈없이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사를 앞당기는 그룹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해 내홍을 겪거나 실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일찌감치 조직을 추스르고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수시 인사로 전환하거나 인사를 앞당기는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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