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철, 술렁이는 대기업] 재계 연말인사… 그룹별 '키워드'는

입력 2014-11-17 11:16 수정 2014-11-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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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李 부회장 지배력 강화 촉각… 현대차, 재무 강화로 집안 다독이기

“잊혀질 사람이 더 많겠죠.” 올해 대기업 임원 3년차인 김모(53)씨는 올해 연말 인사 분위기를 이같이 봤다. 40대의 발탁인사, 성과를 낸 동료의 승진…. 숱한 축하를 받을 인사도 있겠지만 세대교체로 표현될 경질 인사가 많을 것이란 얘기다.

재계에 이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올해 사업 성과가 신통치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만 해도 대부분의 연구소와 기업은 경기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되레 ‘스마트폰 쇼크’, ‘사상 최대 적자’와 같은 부정적인 제목들이 올 한해 뉴스창의 상위권에 매달려 있었다.

◇삼성, ‘신상필벌’, ‘사업재편’ 후속 인사 관심 = 삼성그룹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다음달 첫째주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를 실시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연말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신상필벌과 계열사 통합 등 사업재편에 따른 후속 인사다. 우선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었고, 금융 계열사들도 부진에 시달렸던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올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처럼 선전한 사업부에 확실한 보상을 하는 등 동기 부여에 힘쓸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했다. 특히 올 3분기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전통적인 강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2조2600억원으로 IM(IT·모바일) 부문의 1조7500억원보다 많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2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말부터 숨 가쁘게 진행한 사업 재편으로 인한 경영진의 변화도 감지된다. 업계에는 현재 각자 대표 체제인 통합 삼성SDI와 오는 12월 합병하는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고경영자(CEO) 단일화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재무통의 약진 ‘수신제가’ = 현대차그룹의 올 한해 최고위 경영진 인사를 보면 재무통이 유독 약진했다. 지난 6월 강학서 현대제철 재무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7월에는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 8월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이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직급이 올랐다. 이 중 박한우 사장은 지난 11일 이사회에서 물러난 이삼웅 전 기아차 사장을 대신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에서 재무통이 대표이사를 맡은 것은 2011년 말 정석수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이 마지막이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재경부문이 이처럼 잇따라 승진한 것은 (그룹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며 “현대차그룹 임원들도 재경부문의 약진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런 인사는 안방 살림을 챙기는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10조5500억원에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를 인수했다. 이후 현대차그룹 재무에 대한 우려감이 생기며 주가에 큰 영향을 줬다. 재무와 미래성장동력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란 얘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재무를 강화하는 인사 기조는 다음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발표될 201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재계는 관측하고 있다.

◇LG·SK, 전자부문 실적 향상 ‘괄목상대’ = 시장 선도 전략이 소기의 성과를 보인 LG그룹은 올 연말 인사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각 계열사들의 시너지 효과가 커지고 있어 현 경영진이 중용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적이 호전된 전자 관련 부문에서는 승진 인사도 있을 전망이다.

SK그룹도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의 승진 잔치가 기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조442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그룹에서 가장 돋보이고 있다. 다만 SK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큰 폭의 인사는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포스코·한화·현대중, ‘사직지신’ = 올해 3월 취임 후 다음달 초 첫 인사를 실시하는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측근 인사를 전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이 임기 2년차인 내년 사업 추진 속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다.

한화는 지난 10일 연말 그룹 사장단 정기인사에서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그가 김승연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복귀가 무르익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81명의 임원을 감축하는 대규모 정리해고 인사를 단행했다. 9월 취임한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은 창사 이후 최대 적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인적 쇄신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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