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형과 전략형, 혼합형 등 고루 분포=금융당국은 신용위험을 고려해 ETN 발행사를 제한했다. △자기자본 1조원 △NCR 200% △신용등급 AA- 이상 조건을 갖춘 증권사가 대상이다. 이렇게 추려진 곳이 △대우증권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6개사로, 이들이 내놓은 신규 상장 상품은 모두 10종목이다.
대우증권 로우볼 ETN은 한마디로 ‘저변동성 이상현상’을 활용한 상품이다.
‘저변동성 이상현상’이란 변동성이 낮은 우량 종목들이 시장 수익률 대비 우수한 성과를 나타내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 중심으로 대우증권이 내놓은 상품은 3년 만기를 기준으로 한 주가변동성 테마형이다. 만기가 상대적으로 짧고 저변동성 국내주식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만큼 대우증권의 안전 추구형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다른 증권사가 선보인 9개 종목의 발생 원본액이 대부분 500억원인 가운데 대우증권의 발행 원본액은 200억원이다. ETN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까지 경쟁사보다 안정적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삼성증권의 Perefex 유럽 고배당 주식 ETN은 이름 그대로 고배당 유럽 주식을 기준으로 삼는다.
무엇보다 유로화 환율 변동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게 장점이다. 유럽 주식의 주가 수익을 유로화 기준으로 산출한다. 이 지수의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으면서도 100% 환헤지를 내걸었다. 그만큼 유로화 환율에 대한 리스크를 줄였다. 삼성증권 ETN은 주가수익률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배당의 지속성, 전망성까지 고려한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200과 달러화를 기준으로 2가지 상품을 선보였다.
K200-USD 선물 바이셀지수는 코스피200 선물을 매수하고, 미국 달러 선물을 매도해 산출된 지수다. 이 지수는 한국 시장(코스피200)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시각을 따라한 것이 특징이다. 즉,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 환율 등락을 반영한 코스피라고 할 수 있다. 주가상승, 원화강세(환율하락)일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와 반대로 주가하락, 원화약세(환율상승)가 예상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의 역설계 상품도 내놨다. 두 가지 모두 10년 만기다.
우리투자증권은 옥토 빅 볼 ETN과 옥토 와이즈 배당 ETN 두 가지를 출시했다.
전자는 고변동성 대형주 중심의 투자를, 후자는 사내유보금 등 고배당 국내주식에 투자한다. 각각 주가변동성과 고배당이라는 특징을 지닌 테마형 상품이다.
◇고배당과 저변동성 상품으로 시장 초기 개척=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연계 TRUE ETN 2종목을 신규 상장했다.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ETF와 달리 기초지수 성과가 그대로 수익으로 연결되는 만큼 증권거래세(0.3%) 면제와 약정보수 외 기타비용이 없다는 장점을 앞세웠다.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의 합성전략을 활용한 것도 특징. 지수 상승률에 초과 수익이 가능한 △TRUE 코스피 선물매수 콜매도 ETN과 지수 하락 시 인버스 선물 대비 초과 수익이 달성되는 △TRUE 코스피 선물매도 풋매도 ETN 등 2가지로 상호 보완성을 지닌다. 두 상품 모두 코스피200 지수가 박스권 장세(월간 5% 이내 상승 또는 하락 시)일 때 코스피200선물 대비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매매 편의성이 높은 저비용 금융상품을 찾는 투자자에게도 ‘적절한 투자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게 한국투자증권의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혼합형(인핸스) 상품과 전략형(퀀트) 상품 2가지를 내세웠다.
먼저 혼합형인 able 코스피200선물플러스 ETN은 코스피200선물 수익률과 회사채 수익률을 추종한다. 투자 원금은 AA- 등급의 단기 회사채에 투자하고 이후 코스피200선물에 투자한다. 회사채의 경우 발행사 신용위험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수익구조다.
전략형으로 선보인 able 퀀트 비중조절 ETN은 코스피200에 대한 투자와 롱·쇼트 전략이 결합된 형태다. 코스피200 대비 알파 수익을 추구한다. 지수 편입 종목들의 상승 확률을 퀀트 모형을 통해 추정하고, 각 종목의 편입 비중을 조정해 코스피200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한다는 게 특징이다.
신규 상장을 마친 ETN 10종의 특징은 대부분 안정적 투자전략이 상품 전반에 서려 있다. 시장 개설 초기인 만큼 공격적 투자자보다 보수적 투자자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했다. 그러다 보니 상품 대부분이 상관관계가 많다. 환율에 대한 방어계획을 세웠거나 대형주 중심의 투자전략을 내세웠다. 이 밖에 선물매수 콜매도와 선물매도 풋매도 등으로 보완책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개설 초기인 만큼 공격형보다 고배당 특징을 내세우고 있다”며 “향후 ETN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면서 전략형과 테마형 상품이 추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