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 해 동안 집행한 예산을 꼼꼼히 살피는 결산심사는 국회의 중요한 임무이다. 하지만 예산에 정신이 팔린 정치권은 이 같은 의무를 걷어차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5조원의 결산안을 날림으로 심사하는가 하면, 참석기간 당 평균 심사시간은 49분에 불과했다. 심사장에 불출석한 기관들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소비자연맹 총본부는 지난달 2일 본회의에서 가결된 제19대 국회 3차년도 상임위원회의 ‘2013회계년도 결산 예비심사과정’을 조사·분석한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법률소비자연맹에 따르면 16개 상임위 중 정보위를 제외한 15개 상임위의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의 회의횟수는 22회로 평균 1.47회에 불과했다. 결산상임위 예결소위의 회의시간은 75시간15분으로 지난해 정부의 총 세입예산안 373조1000억원을 시간당 4조9580억원 꼴로 심사한 셈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농해수위의 예결소위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정보위를 제외한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역대 최대인 667개였지만, 결산심사에 참석한 기관은 40.4%인 214개에 불과했다. 불출석 기관 중에는 금융감독원이나 검찰청도 있었다. 그나마 출석한 214개 기관 중 109개 기관은 질의조차 안 받았다. 환노위의 경우에는 30개 기관이 상임위 결산심사 회의에 참석했으나, 이중 6개 기관만 결산심사 질의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방위는 무려 51개 기관이 출석했으나 6개 기관만 질의를 받았다.
상임위 전체회의 횟수는 58회로 위원회별 3.87회에 불과했다. 소위원회 회의일수는 22회로 위원회당 1.47회에 불과했다. 또 상임위별 평균 결산 예비심사를 위한 총 회의시간은 11시간 42분에 그쳤다. 결산심사 대상기관은 214개 기관 중 심사를 위한 평균 소유시간은 49분에 조금 못 미쳤다.
또 상임위 결산 예비심사를 위한 회의시간은 총 175시간 33분이었다. 하지만 58차례 회의 중 10분 미만 회의가 4차례나 됐고, 1시간 미만 회의 수는 14차례나 돼 실질적 심사보다 회의 수 채우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같은 결산안은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상정된 지 6분 만에 표결처리됐다. 245명의 의원중 240명이 찬성하고 1명 반대, 기권 4명이었다.
한편 국회가 통과시킨 감사요구안은 △선박 등 안전규제 관리실태 △재난·재해기금 등 운영실태 △각종 인증제 도입과 운영실태 △콘텐츠 지원 사업에 대한 감사 등 4건에 불과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은 국회가 엄중한 결산심사를 통해 위법 또는 부당한 사항이 있을 때 시정요구를 할 수 있고, 감사원 감사요구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책무를 등한시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결산심사 활동 역시 예산안 심사 활동에 못지않게 매우 중요하다. 치밀한 결산심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