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의 휘뚜루마뚜루] 말만 앞선 혁신 말고 방법을 바꿔보자

입력 2014-11-20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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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중 정치경제부 기자

‘작심삼일(作心三日)’,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정치권의 셀프혁신 바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요란하게 시작했지만, 갈수록 흐지부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앞두고 민심이 악화돼 있거나 국민의 불신이 커질 때마다 마치 복안이라도 되는 듯 ‘혁신안’을 들고 나왔다. 상향식 공천, 완전국민경선제 등 정당제도를 고치는 일부터 불체포·면책특권 폐지,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과 같은 국회의원의 기득권 내려놓기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워낙 자주 들어와서인지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득권층이 스스로 가진 권한을 버린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해탈한 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등 떠미는 것도 아닌데 굳이 내가 가진 걸 내놓을 이유는 없다.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은 모두 9가지다. △2015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체포동의안 제도 개선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세비 혁신(무회의 무세비, 불출석 무세비) △독립적 세비조정위원회 설치 △겸직 금지 확대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기능 강화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 △국민소환제 도입대신 윤리위 강화 등이다.

그러나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된 의원총회에서 보기 좋게 퇴짜를 맞았다. 그러더니 이제는 당 대표란 사람과 혁신위원장이란 사람이 서로 혁신안 처리 권한을 두고 다투기까지 한다.

야당도 다를 바 없다. 아예 ‘무관심’이 기조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는 도대체 뭘 하는지 존재감마저 사라진 지 오래다. 소속 의원들도 관심이 없다. 새해 예산안 심사 등 당장 현안 처리에 바쁜 탓도 있지만, 애써 외면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친신만고 끝에 각 당이 혁신안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대부분이 법 개정을 필요로 하고 있어서다. 다시 말해 당내에서 총의를 모아도 상대당의 협조 없이는 처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아무래도 이번 혁신안도 물 건너간 듯 보인다.

이럴 땐 차라리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제도나 기구 따위를 새롭게 뜯어고친다는 뜻의 ‘개혁’은 자기가 아닌 타인 또는 타조직을 바꿀 때 쓰는 표현이고, ‘혁신’이란 단어는 스스로 바꾸려 할 때 사용한다.

그저 보여주기 식으로 혁신이란 거창한 단어만 갖다 붙일 게 아니라 여야가 뜻을 모아 국회 차원의 개혁위원회를 만드는 게 정도일 수 있다. 명망 있는 외부 인사들을 모셔다 전권을 쥐어주고 ‘정치를 개혁해 주십시오’ 하면 최소한 시도에만 그치는 일은 막을 수 있다.

지금이라도 의지만 있다면 국회 차원의 개혁위를 꾸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혁이든 혁신이든 의지의 문제다.

그리고 시간이 걸려도 쉬운 것부터 차분하게 바꿔야 한다. 갑작스런 변화는 강한 저항에 부딪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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