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관련 상임위원회에서 예산안 심사조차 못한채 정부원안이 예결위 예산조정소위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여야 간 5600억원의 국가 재정으로 지원한다는 ‘구두합의’로 시작된 파문이 새누리당 지도부가 야당 및 교육부와의 대립으로 확산되고 있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은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누리과정 순증예산 5600여억원을 교육부 재정으로 편성하고, 그 규모만큼 지방채 발행규모를 줄이는데 합의했다. 이 같은 안은 당초 2조1545억원 전액에 대한 국고 지원에서 한 발짝 물러선 새정치연합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곧바로 반박하고 나섰다. 원내수석부대표인 김재원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합의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 차원에서 그런 의견이 오갔는지 모르겠지만 당 지도부와는 전혀 논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없다”며 “그런 합의를 할 의사가 우리당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9일 여야는 원내수석부대표와 교문위 간사로 구성된 ‘2+2 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바 있다.
김 의원은 교문위 여당 간사에게도 “즉각 협의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정부 측에서 황우여 부총리도 결정에 참여했다는 지적에 대해 “황우여 부총리도 월권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날 내로 상임위 차원에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예결위에서 정부 예산안을 갖고 심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정부안에서는 누리과정 예산에 국고 지원금이 배정하지 않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교문위 여당 간사 신성범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구두합의 사항이 당 지도부 추인 없이 보도돼 혼선을 초래했다”며 “합의한 내가 책임지고 간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황우여 교육부장관과 교문위 여야 간사가 이날 오전 만나 누리과정 예산을 논의해 5000여억원을 순증하기로 구두합의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당지도부와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 속보가 쏟아져 결과적으로 혼란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신 의원은 당 지도부와 혼선을 빚은 것에 대해 “일단 여야 간사가 잠정합의하고 설명하려고 했다”면서 “보고하려는 사이에 속보가 나와 상황이 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정치권의 정쟁으로 번져 교문위 여당 간사 사퇴로 이어지면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의 해법은 점점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