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이른바 ‘슈퍼갑’ 행태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예산을 수십억 깎으면서 국회 예산은 대폭 늘렸다. 특히 국회의 잦은 파행에 책임을 지겠다며 내년도 세비를 동결, 관련 예산을 감액해 놓고는 의정활동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다른 예산을 크게 늘린 사실도 확인됐다.
21일 예결위 예산안심사소위의 심사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예산은 수십억 감액이 확정적이다. 분야별로 △총액인건비 대상 기본경비 –16억 △국가안보실 운영 –11억3000만원 △시설관리 및 개선 –4억7000만원 △요인 및 국빈경호 활동 –2억2000만원 등 총 34억2000만원을 깎았다.
반면 국회의 경우 의원세비 동결로 인해 11억3000만원만 감액했을 뿐 운영위가 제시한 17개 항목의 증액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늘어난 금액만 114억원에 달한다.
증액된 항목 중 덩어리가 가장 큰 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비로, 운영위와 예산소위를 거쳐 50억원이 늘어났다. 의정활동 지원 인턴의 월급 인상을 비롯해 법적 근거도 없는 민간통신사의 서비스 이용료 확대, 교섭단체 정책활동 강화비 등의 명목이다.
이와 함께 입법자료 지원 3억2000만원, 입법정보화 9000만원, 입법정책 네트워크 지원 9000만원, 위원회 활동 지원 8000만원 등도 포함됐다. ‘세월호 사고 이후 5개월 동안 법안처리 0건’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입법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깨알같이 올린 것이다.
예산심사가 국회 고유의 권한인 데다 감사와 견제를 전혀 받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 철회 운동을 벌여온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국회 예산심사가 투명하지 않게 이뤄지다 보니 꼼수 예산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국민 누구나 모니터할 수 있게 심사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