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깊어지는 세대 간 균열구조

입력 2014-11-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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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사회적 균열구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과거 우리 사회의 주요한 균열구조가 지역갈등이었다면, 이제는 이것이 세대 간 균열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런 조짐은 지난 대선 때부터 나타났다. 당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청년층의 표심이 확연히 갈렸는데, 이때부터 이미 세대 간의 균열 조짐은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세대 간의 균열구조가 이제는 정당에도 투영되는 것 같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두고 벌이는 여야의 입장 차이에서도 이런 세대 간의 입장 차이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적자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 “많이 받는 사람들을 더 깎아 젊은 세대를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새누리당은 “아무리 사정이 급하다고 해서 국가가 약속했던 지급액을 한꺼번에 깎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새누리당의 경우 중·장년과 퇴직 공무원에게 유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젊은 공무원에 유리한 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여야의 입장 차이는 지금 거론되고 있는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를’ 행사가 중요한 예다. 이런 세리머니는 신혼부부에게 저리 임대주택을 제공해 주는 차원을 넘어, 젊은층에 어필하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행사에 지난번 대선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친노들이 대거 참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친노들은 지난 대선 때 전략적 극단주의, 즉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묶는 전략을 주로 사용했는데, 이번 행사에 대거 참여하는 걸 보면 자신들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층을 묶으려는 지난 대선 전략을 다시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쨌든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그리고 장년층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현상이 고착화된다면, 각 정당은 유·불리를 떠나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갈등 없는 세상은 없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입장에서 지역갈등이 더 나은지 아니면 세대 균열이 더 나은지 이제는 판단해 볼 때가 됐다는 말이다.

세대 갈등은 항상 존재해 왔던 사안이다. 심지어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고 적힌 고대 파피루스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세대 간의 갈등이 항상 존재해 왔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세대 간의 균열이 정치적 성격을 띨 때다. 더욱이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를 타협의 과정이 아닌, 적을 타도하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곳에서 세대 갈등이 정치적 성격을 띠게 되면, 이를 으레 있었던 갈등의 ‘역사적 차원의 재방송’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세대 간의 균열’이 ‘증오의 구조’로 바뀌기 전에 정치권은 어느 정도 선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이 청년실업률이 높아 가고 있는 상황에서 세대 간의 갈등을 그냥 놔두면 청년층의 기성세대에 대한 증오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새정치민주연합 산하 연구기관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내놓은 ‘70세 정년론’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칫 노령층이 젊은층의 사회 진입을 막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세대 갈등의 해소는 지역갈등 극복보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특히 정당은 선거로 먹고사는 존재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즉, 선거에서 자신의 지지계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고른 연령대의 유권자 지지를 받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연령대의 유권자에 치중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는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이 영남에서 표를 얻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일 것이다. 그리고 타협점을 찾기도 훨씬 쉬울 것이다. 지역감정이 편견의 산물이라면, 세대 갈등은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원인이 되는 사회경제적 요소만 축소시키면, 세대 간의 갈등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지금이 행동할 때다. 더 늦으면 수습되기 힘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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