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연구개발 패러독스와 갈라파고스화의 위기

입력 2014-11-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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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세계중소기업학회 차기회장

지난 1월 블룸버그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이 가장 혁신적인 국가(Most Innovative Countries)로 선정되었다. 연구개발 집중도 3위, 하이테크 집중도 3위, 연구집중도 6위, 생산능력 2위, 특허활동 2위, 아시아 전체에서 GDP순위 4위, 생산성 33위를 기록하였다. 한편 미국이 3위, 일본이 4위, 싱가포르가 7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창조경제의 한국을 설명하는 좋은 자료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이러한 혁신성과를 시장화하여 돈을 벌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기술을 수출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기술수지균형(Technology Balance of Payment)이 OECD 34개국 중 30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나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26위로 떨어지고 있다. 전형적인 연구개발 패러독스의 나라이다.

왜 그럴까? 한국인은 학자적 연구정신((scholarship)은 뛰어나지만 이것을 시장화하고 투자해가는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연구실을 좋아하고 상업에 종사하고 싶어하지 않는 한국인의 특성과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글로벌기업가지수기관(GEDI)에 의하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지수는 OECD 34개국 중 24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경제위기는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제 한국은 3만달러 시대를 바라다보는 축복이 있지만 이것은 기업측면에서 보면 고비용 국가로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더 이상 저비용 생산형 기업구조로는 신흥국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빨리 선진국형으로 산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이것은 중국의 등장에 대비한 차별화된 신제품 개발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럼에도 낮은 기업가정신과 연구개발의 패러독스가 차별화된 신제품으로 승부를 거는 비즈니스 모델로의 이행을 가로막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시작된 원엔환율이 지난 2년간 40% 이상 하락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들은 40% 이상의 원가절감으로 일본 경쟁업체와 승부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기업은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중국의 급속한 기술 경쟁력 향상으로 해외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의 소비자들이 다시 일본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 자동차 빅3의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어나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10% 이상 커지고 있다. 반면 한국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은 대체로 전년 대비 10% 이상 급감하고 있다. 그런 만큼 최근 한국경제의 수출 증가율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지난 3년간 수출 증가율은 0.8%에 불과했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해외수출 비중도 지난 10년간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매출액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3%대에 머무르고 있다.

중소기업은 전문점 전략이기보다는 잡화점 전략이었다.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하여 해외시장에 도전하기보다는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한국시장 내에서 시장 기회를 찾아보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중소기업의 갈라파고스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진화에서 고립되면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지난 1995년 이후 일본 중소기업이 해외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 머무르는 갈라파고스화증후군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 되었다. 활력은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3%대 경제성장률에 머무르고 있는 한국시장에서 우리 중소기업의 성장 기회는 많지 않다. 아세안 시장은 6.5%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의 2014 보고서에 의하면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2010∼2030년 사이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세안 국가의 연평균 명목 GDP 성장률을 6.4%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므로 해외시장의 보물은 아시아에 있다. 세계 인구의 60%가 아시아에 거주한다. 아시아의 성장으로 아시아의 시장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즉 아시아시대(Asianization)가 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은 서쪽에서 찾아야 한다. 주가가 올라가고 있는 기업들은 서쪽 사랑의 기업들이다. 우리 기업들, 연구개발 패러독스와 갈라파고스화를 극복하고 서쪽으로 가라. 그곳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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