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끝내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밀어붙여 미국 정국은 여야의 대치 속에 경색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민개혁 이외에도 오바마케어(건강보헙개혁법),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등 여야 간에 첨예한 갈등을 빚는 이슈가 산적해 있어 양측간 충돌은 전방위로 확산될 전망이다.
20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미 전역에 생중계된 특별연설을 통해 최대 500만 명의 불법 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이민개혁안’을 공식 발표했다. 구제대상은 불법 체류자 1130만 명 가운데 거주 기간이 최소 5년 이상이면서 시민권 혹은 영주권을 가진 자녀를 둔 부모와 2010년 1월 1일 이전에 미국에 입국한 미성년자 등이다.
이민개혁안을 발표하며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불가피성을 재차 강조하고 공화당의 각종 비판에는 단호한 어조로 반박했다. 그는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무너졌고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미 시스템이 잘 작동하게 하려는 내 권한에 의문을 품거나 의회가 실패했던 일을 하고자 하는 내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의원들이 있다면 나의 대답은 이민개혁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것이다. 그러면 내 행정명령은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 주도의 미 의회가 그동안 이민개혁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할 수 없이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예전 민주ㆍ공화 양당 대통령들이 모두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동했다”며 이번 조치가 절대 위법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불법이민자 사면이라는 비판에 대해선“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살게 하는 지금의 무너진 이민 시스템을 그대로 버려두는 것이 진짜 사면”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중간선거 참패로 입지가 좁아졌으나 이에 굴하지 않고 핵심 어젠다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표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일각에서는 2016년 대선을 염두에 뒀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구제를 받는 불법 이민자들은 차기 대선에서 확실한 민주당 표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공화당으로서는 결사저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편 공화당은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과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공화당 1인자인 존 베이너(오하이오) 하원의장은 “무너진 이민시스템을 고치고자 함께 일하지 않고 자기 혼자 마음대로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이렇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밝혔다. 이어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왕이나 제왕이 아니라고 했으나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 의회가 앞서 지난 9월 통과시킨 2015년 회계연도 임시예산안(2014년 10월1일~2015년 9월30일)은 다음 달 12일 시한으로 그전까지 임시예산안을 연장하거나 정식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연방정부는 다음 달 13일부터 셧다운에 들어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