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너무해. 어떻게 5만~6만원짜리 패딩만 팔리고, 손님들이 다른건 쳐다도 안봐.”
지난 일요일인 23일. 백화점의 한 직원이 혼잣말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이날은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마지막 정기세일에 돌입한 첫 주말이었으나, 불황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고객들의 발길은 뜸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9층 행사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한 모피특가 행사장은 40~70% 세일에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여성 고객들은 곳곳에 걸린 세일 문구에 관심을 보였지만, 옷 한 번 걸쳐보지 않고 가격표를 보고 손을 놓거나 둘러만 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2만~5만원대의 장갑, 머플러 등 잡화 행사장과 여성화 4만9000원, 남성화 5만9000원 등 에스콰이어 특가전 행사장에는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또 다른 행사장 스포츠 대전에서도 1만~3만원 대의 스포츠 티셔츠를 파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면서 비슷한 풍경을 만들었다. 행사장에서 만난 주부 이모씨(58)는 “백화점 정기세일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확실히 예전보다 사람이 확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 3사는 겨울 정기세일을 시작한 21일부터 이틀 동안 실적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과 22일 매출 신장률은 전년 겨울 정기세일 신장률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했다. 신세계백화점이 4.2%포인트가 하락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며,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모두 4~5%포인트가량 신장률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고, 아직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를 보이면서 겨울 정기세일 주력상품인 아웃도어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맞서 대대적인 할인을 한다고 찾았는데 신통치 못하다고 말했다. 압구정에 사는 김모씨(41)는 “직구하기 전에 혹시나 싶어서 와봤다”며 “직구만큼 싸게 살수 있도록 할인한다더니 할인율이 별로라서 실망스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 3분기 백화점 3사는 모두 영업이익이 하락한 가운데 연말 정기세일 성적표가 시원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올 하반기 실적이 저조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