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인간 꼭 있다"…손에 잡히는 '미생' 캐릭터열전

입력 2014-11-2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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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인간 꼭 있다. 심지어 많다. 도처에 널려 있다.

매회 자체 시청률을 경신하며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 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마치 우리 회사에, 우리 조직에 화질이 좋은 CCTV를 설치한 듯한 현실적이고 생생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 만화에서 세밀하게 묘사된 캐릭터를 기반으로,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지면서 '미생'은 매회, 그리고 매순간 "맞아! 맞아!"라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재벌 2세나 초능력자, 신데렐라나 슈퍼맨의 판타지는 없다. 대신 드라마는 강력본드로 발바닥을 땅에 붙여놓은 듯 이보다 강렬할 수 없는 현실감으로 시청률을 잡는다.

'별에서 온 그대'는 현실감각을 마비시켰고, '왔다! 장보리'는 말초신경을 한껏 자극했다면, '미생'은 오늘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마디마디에 놓인 순간을 핀셋으로 포착해 확대하는 방식으로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 바로 드라마임을 깨우쳐준다.

그래서 공감도가 폭발한다.

◇ 악질·저질·마초질 = 박과장·성대리·마부장

'미생'의 '찬조 출연진' 중 단연 화제가 된 인물은 지난 14~15일 방송에서 치고 빠진 박과장이다. 김희원이 연기한 박과장은 '악질'에 '구악'인 인물이다.

약자에게 언어폭력·성희롱을 일삼고, 근무시간에 당구장과 사우나에 가 있거나 증시 시황에 코를 박고 있다. 회사생활은 '줄서기'가 생명이며, '내 실적은 내 주머니'에 넣어야한다는 사상으로 무장한 박과장은 함께 일하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자 지독한 불쾌감을 안겨준다.

후배에게 안마를 시키며 서열에 따른 힘의 논리를 내세우고, 후배의 약점을 잡기 위해 치졸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박과장 같은 인물, 꼭 있다.

한석율(변요한 분)을 괴롭히는 성대리(태인호)는 '저질' 캐릭터다. 후배에게 모든 일을 미루면서 공은 자신이 거두고, 상사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군다.

박과장처럼 대놓고 뻔뻔한 악질은 되지 못한 그 아래 등급의 하수. 거래처에서 이벤트로 진행한 영화표나 뜯어내고, 싫다는 후배를 술자리로 불러내놓고는 술값을 뒤집어씌우는 행동 하나하나가 치사한 저질이다. 후배를 가르치지는 않고, 알량하게 선배 노릇을 하겠다고 덤비는 인물이다.

마부장(손종학)은 마초질이 금메달감이다. 기본적으로 '계집이 어디서!'라는 생각으로 무장한 그는 여사원의 존재 자체를 못마땅해한다.

"이래서 여자는 안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그는 성희롱이 무엇인지 개념조차 모르는 무식한 마초다.

그는 자신의 성희롱 전력을 문제삼는 직원에게 "그게 왜 성희롱이야. 파인 옷 입고 온 그 여자가 잘못이지. '숙일 때마다 그렇게 가릴 거면 뭐 하러 그런 옷 입고 왔니. 그냥 다 보이게 둬' 이 말이 성희롱이야? 반어법이잖아"라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인물이다.'

◇ 워커홀릭·성실한 일개미·반듯한 엘리트 = 오차장·김대리·강대리

물론 우리 주변에는 피하고픈 캐릭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대고 싶고, 따르고 싶고, 존경하는 인물들도 많다.

이성민이 연기하는 오차장은 일에 목숨을 건 워커홀릭이다. 승부사적 기질로 무장했고 추진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데 한가지, 출세욕도, 그런 주변머리도 없다.

'가장 나쁜 상사는 일은 못하고 쓸데없이 부지런한 상사'라는 말이 있는데 오차장은 일 잘하는 부지런한 상사다. 그래서 밑에 있으면 배울 게 많겠지만, 과연 그 밑에 서는 것이 회사에서 출세하는 데 도움이 될까는 의심하게 만든다. 정도(正道)만 걸어서 최근엔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이 찍혀 그를 향한 사내의 시선마저 곱지않다.'

오차장의 오른팔인 김대리(김대명)는 근면성실한 일개미의 전형이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적당히 허점도 있는 그는 스펙이 화려하지 못한 단점을 실무적인 능력으로 극복한다. 위로는 오차장에게 충성하고, 아래로는 '핏덩어리' 계약사원 장그래(임시완)를 인간적으로 끌어주는 선배다. 술 한잔하며 인간적으로 기대고픈 캐릭터다.'

장백기(강하늘)의 사수 강대리(오민석)는 반듯한 엘리트형 사수다.

말수도 적고 늘 일에 골몰하고 있어 인간적으로 가까이 다가가기는 어렵지만, 조용조용히 업무를 가르치는 그에게서는 배울 게 많다. 빈틈이 없고 꼼꼼하며 일을 효율적으로 할 줄 아는 인물로, 후배를 어떻게 훈련시켜야하는지를 알고 잘못된 점 역시 정확하게 짚어내는 예리한 사수다.

◇ 오지랖이 태평양·나잘난 신입사원·고민많은 만성피로 = 한석율·장백기·천과장

한석율은 오지랖이 태평양인 캐릭터다. 이런 인물 꼭 있다. 동기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옆팀·옆부서 일에도 늘 귀를 쫑긋 세운다.

말을 옮기는 데도 선수이고, 사내 정보통이기도 하다. 수다쟁이 아줌마처럼 대놓고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고 참견해서 종종 부담스럽지만,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는 그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장백기는 '너무 잘난' 신입사원이다. 문제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자만한다는 점. 바로 그 때문에 입사한 순간 성장이 멈춰버리는 인물의 전형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칭찬받지 않은 적이 없고, 늘 잘했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와서도 당연히 남들보다 빨리 성장하고 능력을 인정받을 거라고 착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실무는 스펙과 다르고, 학교는 회사와 다르다는 점을 장백기는 모른다. 그래서 사수인 강대리가 자신에게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주는 것은 무시하고, 몇 계단 뛰어넘어 선배들의 영역을 넘봤다가 '기본도 안된' 밑바닥을 드러내고 만다.

천과장(박해준)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고민많은 초급간부다. 술 잘 마신다고 여기저기 술자리에 불려다니면서 라인도 타고, 일 잘한다고 예쁨도 받았지만 경력직으로 입사해 사내 지지기반이 약하다고 생각하며 늘 불안해하는 캐릭터다.

온갖 술자리를 다 다녀봤지만 '집에서 혼자 빤스만 입고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고 말하는 그는 눈치보기, 사내 정치구도 해석에 에너지를 쏟느라 늘 피로하다.

'미생'은 주·조연 가릴 것 없이 이처럼 다채롭고 풍성한 캐릭터들로 인해 매회 짜릿한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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