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위장해 임신 중인 외국인 아내를 살해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천안동남경찰서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아내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이모(45)씨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 8월 23일 오전 3시 40분께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천안삼거리 휴게소 인근(부산기점 335㎞)에서 스타렉스 승합차를 운전하다가 고속도로 갓길 옆 비상주차대에 서 있던 8t 화물차를 고의로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당시 임신 7개월된 캄보디아인 아내(25·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가변차로를 달리던 이씨의 스타렉스 차량은 비상주차대에서 정차하고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조수석이 심하게 찌그러졌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태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내와 태아는 그 자리에서 숨졌다.
반면 안전벨트를 하고 있던 운전자 이씨는 가벼운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해 차량을 들이받았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파손 부위가 조수석에 치우쳐 있고 아내 앞으로 95억원 상당의 보험 26개가 들어 있는 점을 수상히 여겼다.
이씨는 아내 앞으로 월 360만원 상당의 보험료를 내고 있었고, 돈이 부족하자 납입한 보험료를 담보로 3억1천만원 상당을 대출받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숨진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 수사를 벌여 '졸음운전을 했다'는 이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폐쇄회로(CC) TV를 토대로 사고를 분석, 이씨는 졸음운전을 했을 때 나올 수 없는 운전 조작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결과 이씨는 사고 지점 800m 전에서 커브를 안전하게 돌아 나오고 나서 400m 전에서 상향등을 키고, 40m 전에서 우측으로 핸들을 꺾는 등 충격 직전까지 수차례 핸들을 조작했다.
전형적인 졸음운전자의 경우 짧은 시간에 이씨가 했던 만큼의 운전 조작을 할 수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났고 아내를 죽이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진술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한 관계자는 "이씨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국과수·도로교통공단 등과 합동 조사해 나온 증거를 토대로 구속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