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위기가 기회다] 소유구조 개편 안 이뤄지면…사외이사, 결국 관치 대리인

입력 2014-11-2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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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신용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등 잇따른 금융 부실 파동의 중심에는 관치금융이 자리 잡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지배구조의 불안으로 일관되고 지속적인 전략 추진이 어렵기 때문에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최고경영자(CEO)의 자격 요건에 금융회사 경영에 필요한 전문 능력을 포함시켜 엄격히 규정하거나 CEO 승계 프로그램을 이사회 상시업무로 구축하는 것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낙하산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내부에서 회장이나 행장을 키우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이사회 운영이나 여러 추천위 구성에서도 보다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KB금융 사태를 계기로 금융당국은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가 ‘사후약방문’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이에 대응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쳤기에 이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금융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교수나 공무원은 주요 금융회사 사외이사로 들어가기 어렵게 된다. 은행과 은행지주사 사외이사의 임기는 1년으로 줄고 2개사 이상 겸직도 금직된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도 금융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도록 했다. 모범규준에는 사외이사의 자체 평가를 매년 실시함과 동시에 2년마다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받도록 권고했다.

또 금융회사가 안정적인 경영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치밀하고 촘촘하게 규정된 CEO 승계 계획을 마련해 상시 운영토록했다. CEO 승계 및 후보군 관리 업무를 일회성이 아닌 이사회 상시업무로 명확히 한 것이다.

특히 모범규준에서는 사실상 대기업 오너가 금융계열사 CEO를 마음대로 임명할 수 없도록 했다. 앞으로 사외이사 중심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CEO와 임원 후보를 추천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대주주가 있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들은 사실상 대주주의 주주권을 제한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위는 모범규준에 대한 업계의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확정해 다음달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은 사외이사 역할 강화를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선진화라고 여기지만 주인 없는 은행의 사외이사는 관치의 대리인일 뿐”이라면서 “금융을 ‘자신들의 권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려는 정치권력과 금융관료 등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소유구조 개편이 급선무라는 것이다.

임수강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지주회사 체제는 세계 주요 나라들이 채택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금융지주사 체제가 발전하기 힘든 제약조건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산업을 안정시키고 은행이 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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