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예비입찰 마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교보생명이 지난 18일 이사회 결정 이후 두 번째로 우리은행 매각을 위한 입찰참여 결정을 또 다시 보류하는 등 현 상태로는 입찰 불발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우리은행 매각이 실패할 경우 금융당국의 매각 추진동력이 떨어지면서 “직(職)을 걸겠다”고 공언한 신 위원장의 책임론이 급부상할 전망이다. 또 매각 작업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에 새로운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를 내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 차기 행장 인선 방향도 바뀔 수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자본 중 유력한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 후보로 꼽히던 교보생명이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채 갈팡질팡하자, 금융당국도 상황 변화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단 28일 입찰마감 시간까지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심 다른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금융당국이 인수 후보군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매각 철회 카드를 꺼낼지 주목되고 있다. 교보생명이 컨소시엄과 합의해 예비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개인(신창재 회장)이 대주주인 보험사에 은행을 넘기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나 대만계 자본이 예비입찰에 들어와도 경영권을 인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금융당국은 예비입찰 무산시 향후 민영화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입찰 무효 시 매각 조건과 기준, 일정 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매각 예비입찰 결과가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행추위를 구성했지만 아직까지 회의를 열지 못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매각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행추위 회의도 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현재 차기 행장 인선에서는 이 행장과 이광구 개인고객본부 부행장이 경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4년간 유명무실한 상태로 남아있던 우리은행 주주 컨소시엄이 은행 매각을 앞두고 재가동됐다. 우리사주조합을 중심으로 거래 기업과 기관투자자 등을 사모펀드로 결성, 오는 28일 이뤄지는 소수지분 입찰에 뛰어든다. 매입 목표 규모는 4500억원, 지분으로 따지면 3~4%다. 입찰에 참여해 콜옵션(1주당 0.5주를 살 수 있는 권리)을 포함한 소수지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