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급했나? 현대重 팔 건 다 판다

입력 2014-11-2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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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기술 지분 4.69%도 블록딜로 매각…잇단 지분 처분 고강도 재무개선

3조원이라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계열사 보유 유가증권 지분에 이어 직접 보유하고 있던 지분도 처분에 나서며 자금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야말로 “팔 수 있는건 다 판다”는 말이 연상될 정도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이 연일 대규모 지분매각에 나서자 그동안 경영에 손을 뗐던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이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 전 의원이 아니면 이 정도 대규모의 지분매각을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2년 고문직까지 내려놓고 철저히 전문경영인 체제로 현대중공업을 운영해왔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조선업황 침체로 계열사 지분을 잇달아 처분중인 현대중공업이 전일 보유중인 한전기술 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25일 장 마감 직후 현대중공업은 보유중인 사모펀드(수탁사 신한은행, LS리딩솔루션 사모증권)에서 한전기술 주식 179만2220주(지분4.69%)에 대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를 실시한 것. 주당 가격은 5만7660원에서 6만760원으로 이날 한전기술 종가 62000원 대비 할인율 2.0%에서 7.0%가 적용됐다. 이번 블록딜로 현대중공업은 1111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한 조선사들의 잇단 블록딜은 이 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지난 19일 현대삼호중공업이 블록딜을 통해 KCC 보유지분 80만3000주(7.36%)을 매각해 4368억원을 현금화시켰다. 같은 날 현대미포조선 역시 포스코 보유 지분 87만2000주(7.36%) 블록딜로 2685원을 확보했다. 한전기술 매각까지 성사되면 7000억원이 넘는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보유중인 유가증권 지분 처분에 나선 것은 영업실적 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정상 조선기업으로 명성을 유지했지만, 올해 누적 적자 규모가 무려 3조원에 달하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 악화로 신음하고 있다. 여기에 19년 무분규였던 노조까지 파업을 선언하고 행동에 나서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침체로 올 3분기에 1조9346억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197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분기 적자다. 지난 2분기에 1조10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분기 최대 손실을 잇달아 갈아치우며 누적 적자만 3조원을 넘어섰다. 재무지표 악화 우려로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A’,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각각 ‘AA-’로 강등되고 등급전망마저 ‘부정적’인 최악의 국면에 처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이 최측근 복심으로 꼽히는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투톱 체제를 구축하고 잇단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전면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투자은행(IB)과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보유중인 현대차(440만주), 기아차(8만8000주), 현대엘리베이터(21만7000주), 현대상선(2300만주) 등의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 범현대가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2조원 규모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사상 최대 적자에 시달리는 현대중공업을 살리기 위해 최근 정 전 의원이 최측근 임원들이 전면에 나서고,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서는 행보가 뚜렷하다”며 “2000년대초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내세우며 고문 직함까지 내려놓았던 정 전 의원이 향후 현대중공업 경영에 어떻게 색깔을 드러낼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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